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928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3-07-14
책 소개
목차
사랑의 여름
톱
스매싱의 완성
위해하는 마음
바람의 언어
피피와 구구
실선을 긋다
오늘의 기원
해설 | 명백히 꽃 한 송이의 사랑과 자유를_염승숙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름 산이 원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 한 달만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도 금방 수풀이 우거지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아버지는 커다란 전지가위로 구멍을 오려내듯 가지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의 어떤 말도 신뢰하지 않지만, 산은 정말로 무서운 재생력을 가진 듯했다. 나무를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가지들은 계속해서 나타나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할머니는 귤을 까느라 노랗게 물든 내 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세숫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거즈로 된 손수건에 비누를 묻혀 손마디와 손톱 밑까지 깨끗이 닦아주었다. 나는 간지러운 듯 자꾸만 손을 오므렸는데, 아마도 그때 느꼈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세심하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 방치된 아이의 손.
“사람은 무엇보다도 손 간수를 잘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거든.”
할머니는 물에 불어 손끝이 쪼글쪼글해진 내 손의 손톱을 자기와 똑같이 둥근 모양으로 잘라내면서 말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한층 더 나이 들어 보이고, 한층 더 지쳐 보였다. 뜨거운 태양 볕에 빨갛게 익었을 줄만 알았던 남자의 얼굴은 추위에 떨다 온 사람처럼 창백했다. 입술도 파랗게 질려 있었다. 성욱은 남자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애써 모른 척했다. 심한 갈증을 느끼는지 남자는 마른침을 힘겹게 삼키고는 “혹시 이번 시합이 끝난 후에 저도 한 게임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무척 고생을 했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꼭 스매싱을 멋지게 성공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