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37251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5-09-10
책 소개
목차
1부 007
2부 055
3부 135
4부 187
5부 333
6부 383
7부 515
옮긴이의 말 547
리뷰
책속에서
이혼한 뒤로 엘슨은 퇴근 후 브런즈윅 호텔에 들러 간단히 한잔하는 습관이 생겼다. (...) 그는 이곳의 익명성이 좋고 삼층 바에서 혼자 마시는 술이 좋다. 창가에 앉아 길 건너편의 초현대식 사무실 건물들과 그 매끈한 유리 외벽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는 잘 다린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핸드백이나 서류가방을 챙기며 저녁식사나 술자리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좋다. 그 사람들이 사무실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들이 문을 나선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매일같이 이곳에서 도시가 점점 비워지는 모습, 점점 조용해지고 어두워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밤, 거의 텅 비다시피 한 바에는 출장온 비즈니스맨 몇 명이 제각기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창밖 도시는 조용하고, 이젠 가랑비도 내리고 있다. 이맘때 휴스턴에서는 좀 이례적인 차가운 겨울비다. 한 시간 내로 그는 로나 에스트라다를 만날 것이다.
부엌 창밖으로 엘슨은 지평선을 밝히는 첫 새벽의 빛을 바라본다. 구름 낀 하늘은 어둡고 이웃에는 불 켜진 집들이 여기저기 몇 군데 보인다. 그는 앞에 놓인 긴 하루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 자신이 산 첫 집이자 유일한 집인 그곳의 부엌에 서 있는 그는 이제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그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아니다. 그가 이 집에 있는 것은 아내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에게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그녀가 다시 한번 그에게 팔을 벌렸기 때문이다.
일요일 밤마다 가족식사를 했고, 해마다 갤버스턴으로 여행을 갔으며, 날마다 티브이 앞에서 함께 뉴스를 보았다. 아이들은 그런 판에 박힌 일상 속에서 자라며 심지어 즐기기까지 했고 그 안에서 평온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 주문을 깨기로 마음먹지만 않는다면, 누군가 그 모든 것이 가짜라는 단순한 사실을 지적하기로 마음먹지만 않는다면, 그런 삶이 가족 모두를 위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그 무렵 리처드와 클로이는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아직 차를 운전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런 소중한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른스러운 대화 상대가 되어줄 만큼은 자랐으되 아직 엄마 손을 벗어나진 못할 만큼 어린 시기. 지나고 보니 즐거운 시절이었다. 애정과 후회를 동시에 느끼며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