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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에릭 포토리노 (지은이), 윤미연 (옮긴이)
문학동네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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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38210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15-11-20

책 소개

페미나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에릭 포토리노의 자전적 에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일어난 일들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감정의 변화들을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목차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007
옮긴이의 말 203

저자소개

에릭 포토리노 (지은이)    정보 더보기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소설가. 니스에서 태어나 라로셸 대학 법학부와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한 뒤 언론계에 입문했다. 1986년부터 25년간 <르몽드>에서 기자, 대기자, 편집국장, 사장을 역임했다. 아프리카, 동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현대사의 굵직한 현장들을 취재했고, 퇴임 이후에도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며 주간지와 계간지를 잇달아 창간했다.소설가로서 1991년 첫 장편 『로셸Rochelle』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까지 20여 권의 소설과 논픽션을 출간했다. 『영화의 입맞춤Baisers de cinema』(2007)으로 페미나상을,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L’homme qui m’aimait tout bas』(2009)로 엘르독자대상과 서점상을 수상하는 등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포토리노의 작품 세계는 개인사와 사회적 경험을 교차시키며 정체성과 가족, 부재와 기억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2021년에 발표한 『나를 지켜줘 아니면 나를 죽여줘Marina A』는 세계적인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그녀의 퍼포먼스를 소설 형식으로 파고든 작품이다. 예술이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을 흔들고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포토리노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 Francesca Mantovani / Editions Gallim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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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옮긴이)    정보 더보기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념과 미덕》, 《구해줘》, 《허기의 간주곡》,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첫 문장 못 쓰는 남자》, 《나쁜 것들》, 《파문》,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마지막 숨결》,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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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2008년 3월 11일 날이 저물 무렵, 라 로셸 북쪽 어느 구역에서 아버지는 엽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아마도 핸들이 걸리적거려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좌석을 조금 뒤로 젖히고 두 다리를 쭉 뻗은 다음, 총신을 몸에 걸친 채 총구를 입안에 넣고 아주 민첩한 동작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얀 가운, 가무잡잡한 얼굴빛, 태양의 남자답게 눈부신 미소를 띤 그, 바조주 거리의 물리치료사였던 시절 황금 손의 사나이로 불렸던 그가.


어느 날 저녁 브누아트 그루가 들려준 폴 기마르의 말이 생각난다. 『삶의 문제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에게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딱 십오 분 남았다는 걸 안다면 뭘 하겠습니까? 기마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손목시계를 풀어 멀리 던져버리겠소. 아버지는 오래전에 자신의 손목시계를 멀리 던져버렸다. 그는 더는 남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다. 그는 모래시계를 박살내버렸다.


하지만 그전에, 영안실과 그 어색한 침묵의 행렬, 그리고 조심스러운 물음이 있었다. “아버님을 보시겠습니까?” 우리 세 사람 모두 아버지의 얼굴을 눈앞에 마주하게 된다는 생각에 소리내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십이 구경 총알이 아버지의 얼굴을 뚫고 지나가지 않았던가…… 남자는 우리를 격려했다. 그랬다. 그자는 준비를 해두었다. 그는 우리에게 아버지를 소개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아버지를 소개하다니? 나는 몸이 떨렸다. 낯모르는 사람이 우리에게 우리 아버지를 소개하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도대체 어떤 세상이란 말인가? 나는 그 낯선 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그를 알고 있다고, 당신에게 그를 소개할 사람은 바로 우리라고. 하지만 나는 이내 고쳐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살아 있는 아버지였다. 나는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죽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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