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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44488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7-03-17
책 소개
목차
파문 _007
옮긴이의 말 _287
리뷰
책속에서
최소한의 재능이 필요했다. 이 세상에는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역시 재능이 없는 부류에 속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마치 저편 기슭의 단단한 땅 위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아무것도 잡을 게 없어 물속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있는 망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태어날 때부터 최소한의 재능도 부여받지 못했다면, 아무리 물고 늘어져봐야 부질없는 일이었다. (…) 십오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수업에서 빛을 발한 학생들, 선택받은 학생들을 불과 두세 명밖에 만나보지 못했다. 드넓은 대양의 작은 물방울 몇 개.
그가 딛고 있던 벽이 조금 허물어지면서 부서진 돌들이 허공으로 떨어져내렸다. 가능한 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는 암벽에 최대한 몸을 바짝 붙이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나이가 드니 겁도 많아지는군, 그는 바르바라의 시신을 향해 다가가면서 생각했다. 죽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겁이 생기는 거지.
그는 몇 초 동안 그녀를 주시했다. 길고 풍성한 검은 머리, 단호하고 빛나는 시선, 창백한 입술, 먼저 칼자루를 쥐어보겠다고 섣불리 나서선 안 되었다. 몇 시간 전에 그는 바르바라 어머니의 여리고 하얀 손목을 잡았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느닷없이 머릿속에서 다시 펼쳐지면서 그는 대화의 끈을 놓쳐버렸다. 마치 발을 헛디뎌 심연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처럼, 스스로 깜짝 놀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