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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464910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7-12-01
책 소개
목차
1. 언어 교배하기
2. 정의
3. 단어, 맥락, 목적
4. 형식, 정체성, 해석
5. 권력, 종교, 선택
6. 세계 속의 말
7. 번역 문학
감사의 말/ 참고문헌/ 읽을거리/ 역자 후기/ 도판 목록
리뷰
책속에서
19세기 초엽에는 독일어와 고전어들 사이에, 말엽에는 일본어와 유럽어들 사이에 타가수분(他家受粉)이 일어났다. 영어가 문화 간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바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비슷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영어를 제2, 제3, 또는 제4의 언어로서 알고 있고, 현지 사정과 자기네 필요에 맞추어 영어를 재형성하고 있다. (…) 번역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건너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불도그와 보르조이를, 또는 장미의 두 변종을 교배하는 것처럼, 번역은 언어들을 섞는다는 의미에서 ‘언어들을 교배하기’도 한다.
단어 ‘번역’의 이런 가단성(可鍛性)과 변화하는 번역성(translationality)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 따위가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생각은 번역이 ‘한 언어’라 불리는 한쪽에서 ‘의미’라 불리는 무언가를 집어다가 ‘한 언어’라 불리는 다른 쪽까지 옮겨놓는 그림을 그린다. 나는 이 그림을 ‘완고한 번역(관)’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시시때때로 사용한다. 그럴 때면 맥락이 관건이다. 내가 읽고 있던 책에 커피가 담긴 잔을 떨어뜨리고서 “Brilliant!” 하고 소리친다면, 내 말은 단어 ‘brilliant’의 사전적 정의(찬란한, 훌륭한, 뛰어난)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내 발화가 의미하는 것은 ‘Damn!’(빌어먹을, 제기랄)의 사전적 정의에 훨씬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