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54655033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9-02-28
책 소개
목차
야만인을 기다리며 _7
해설 | 종달새처럼 솟구쳐 독수리처럼 내려다보는 상상력 _257
J. M. 쿳시 연보 _267
리뷰
책속에서
이 여자한테는 몸속이 존재하지 않고, 내가 이리저리 들어갈 곳을 찾아 헤매는 표면만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이게 그녀를 고문했던 자들이 비밀을, 그들이 그게 무어라 생각했든 간에, 추궁하며 느꼈던 걸까? 처음으로 나는 그들에게 메마른 동정심을 느낀다. 몸을 지지고 찢고 베어서 다른 사람의 은밀한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건 얼마나 자연스러운 착각인가! 여자는 내 침대에 누워 있다. 하지만 굳이 침대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나는 연인처럼 행동한다. 나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그녀의 몸을 씻겨주며, 그녀를 어루만지고, 그녀 곁에서 잠든다. 하지만 똑같은 의미에서, 나는 그녀를 의자에 묶고 두들겨팰 수도 있다. 그렇다고 덜 친밀해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왜 내 몸의 한 부분이 불합리한 욕구와 잘못된 기대감과 더불어, 욕망의 통로로서 다른 어느 부분보다 우선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때때로 성기는 나와 전적으로 다른 존재인 것 같았다. 나한테 기생해 살면서 제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지고,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이빨로 내 살에 달라붙어 사는 우둔한 동물인 것 같았다. 나는 물었다. 내가 왜 너를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데리고 다녀야 하지? 네가 다리 없이 태어나서 그러냐? 네가 나 대신 개나 고양이한테 뿌리를 박고 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나는 생각한다. ‘혹은 어쩌면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틀린 말인지도 모른다.’ 내 입술이 움직인다. 소리 없이 말을 만들고 다시 만든다. ‘혹은 어쩌면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은 오직 살아내야 하는 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