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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6391830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연회
끝없는 도전
두 번의 결혼식
최후의 만찬
먹을 수 있는 끈
요리하다 죽다
레오나르도의 요리 노트
리뷰
책속에서
이 형이상학적인 술집에도 몇몇 단골이 있기는 했다. 모든 게 획일적이라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겠냐고 부르짖는 부류였다. 그러나 그들만으론 현상유지도 힘이 들었다. 그 단골이라는 사람들은 매상을 올리기보다는 술 한 잔에 멋들어진 안주 한 접시를 앞에 놓고 몇 시간씩 탁상공론을 일삼는 게 다반사였다. 레오나르도의 신개념 요리는 대중에게 번번이 외면당했다.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보티첼리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레오나르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개발해보는 게 어때? 네가 만드는 안주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하는 것 같아. 신개념 요리도 좋지만 술안주는 속이 든든해야 하는 법이거든.”
레오나르도는 보티첼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폭 요리를 보강했다. 그렇다고 해봐야 안초비를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리고, 당근 네 쪽에 잎채소를 모양 나게 배열한 뒤 그 위에 삶은 아스파라거스 줄기를 올려 함께 내놓는 정도였다.
―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중에서
주방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김, 그리고 열기를 빼내는 기구는 천장에 커다란 풀무를 고정시키고 말의 힘으로 그것을 돌리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장치였다. 식수통에서 개구리를 쫓아내는 기구는 레오나르도가 애착을 갖고 만든 발명품이었다. 덫에 개구리가 걸려들면 위에 달린 작은 망치가 개구리 머리를 때리도록 설계되었다. 머리를 연타로 얻어맞은 개구리는 얼이 빠져서 달아나거나 기절하게 되는 것이다. ― '연회' 중에서
‘소와 양의 일생을 보면 줄곧 풀만 뜯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사람도 풀만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풀은 들판에 얼마든지 널려 있으니 살기 위해 저지르는 온갖 범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인류에게 선사할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잔뜩 고무된 레오나르도는 살라이의 동의를 얻어 실험에 들어갔다. 우선 독성이 없는 풀들을 신중하게 골라서 한 바구니 준비했다. 그는 풀의 맛까지 다양하게 고려했다. 매운맛, 쓴맛, 신맛, 단맛, 떨떠름한 맛 등의 풀을 뿌리는 잘라내고 정성껏 다듬었다. 살라이는 아침, 점심, 저녁을 이 풀들로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살라이는 단 하루도 버텨내지 못했다. 이미 두 끼를 풀로 때운 그는 저녁식사로 다시 풀 한 접시가 나오자 한 동안 그것을 내려다보더니 도리질을 쳤다.
“선생님, 도저히 못 먹겠습니다. 전혀 소화가 되지 않아요.”
― '끝없는 도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