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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699392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0-06-17
책 소개
목차
이 책에 보내는 찬사
넘어지다
장애를 가진 몸
티아고 박사의 진단
어린 시절
상실 또 상실
그녀들
사랑하는 아내, 길
아들과 함께한 순간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들
죽어간다는 것
마지막, 도착
감사의 말
책속에서
내가 약해질수록 이 세계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서, 내 가족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줄어들었고, 내 삶의 경계를 놀랍도록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삶의 경계에 기대어 팔을 축 늘어뜨린 채 그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누워 있을 수는 있다. 바로 여기가 내가 있는 곳이다.
부엌을 나서다 타일 바닥의 줄눈에 샌들이 걸렸다. 손목이 목발에 고정돼 있어서 문틈으로 넘어지면서, 내 몸통과 두 팔은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허둥댔다. 마치 뚱뚱한 세 사람이 먼저 나가겠다고 버둥대는 꼴이었다. 내 몸의 각 부분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 몸통은 가속이 붙어 다른 뚱뚱한 녀석들을 제쳤고, 두 팔은 뒤로 젖혀진 채 뒤따랐다. 내 몸을 이루는 세 얼간이들이 부엌 출입구에서 소란을 피우는 동안 제일 먼저 착지한 것은 턱이었다. 몸의 구조상 어깨가 쫙 펼쳐지고 양 손바닥이 철썩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목발 하나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손목에 고정돼 바닥에 눕혀진 내게 수갑을 채웠다. 내 자세는 경찰관이 나를 체포하려고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처음에는 움직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특별히 다친 데는 없었지만 바닥에서 일어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