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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8201342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부 : 죽음, 삶이 되다 23
미국의 또 다른 세상 25
존엄사 토론을 즐기는 청소년들 38
호스피스 호텔 45
한국 교포들의 우울 55
라스베이거스엔 꿈과 죽음이 공존한다 67
품위 있는 죽음의 정체
2부 : 죽음에도 표정이 있다 87
일본 존엄사 대회장에 울린 샹송 89
존엄사법 제정에 목숨 건 사람들 99
맹수용 마취제를 놓아라 107
존엄사 가이드라인 114
웰다잉에 앞서가는 일본 언론 126
하얀 블랙박스에서의 탈출 136
3부 : 죽음, 긍정과 부정 사이
한국 환자들의 행진 147
죽음은 추억되어야 한다 158
죽으면서 살아가는 의료인들 172
최후의 한 시간 196
최종현 SK 회장의 죽음 여행 209
염장이가 된 국회 사무차장 232
죽음에 부딪힌 한국 언론 245
의료 권력의 침묵 263
웰빙을 위한 웰다잉 프로그램 273
에필로그 287
저자소개
책속에서
1997년 12월, 58세의 남성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급성경막하혈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일곱 시간에 걸친 혈종 제거 수술이 끝났으나 환자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병원 측은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여러 차례 환자의 퇴원을 요구하는 가족의 요청을 물리쳤다가 이틀만에 허가했다. 집에 도착한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법원은 형법에 따라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가족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했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다. 회복이 어려운 환자에게 단순히 생명을 연장시키는 행위는 '생명존중'이라는 미명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스럽게 사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고 법원 당국을 비난했다. 이 재판은 회복 불능 상태에서도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계속해야 한다는 윤리적 측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의사들의 과잉진료 현상을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법원에 기소해 '우수 수사'로 표창까지 했던 검찰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6년 6월 간경화 말기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 호스를 떼어낸 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점을 참작한 것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취해진 검찰의 이런 입장을 존엄사에 대한 이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사안이 민감하기도 하고 검찰의 깊은 속내를 판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193쪽, '죽으면서 살아가는 의료인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