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사상가/인문학자
· ISBN : 978895820298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5-06-30
책 소개
목차
공동선 총서를 기획하며
서문
1부 새로운 이념을 향하여
1장 | 공동선과 윤리적 주체
1. 이론으로서는 진부하되, 실천으로서는 신선하다
2. 자유의 패러독스
3. 책임과 윤리로서의 자유
4. 세계시민적 윤리와 보편성
5. 우리는 지금 계몽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6. 좌파의 환상
7. 사토리 세대의 욕망
8. 데모하는 사회
9. 전위당의 딜레마
2장 | 공동선과 세계의 구조
1. 윤리와 교환양식
2. 보로메오의 매듭, 자본=네이션=국가
3.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자=소비자 운동
4. 어소시에이션과 사회적 힘
5. 알카에다와 세계사의 구조
6. 세계공화국으로 가는 길, 전쟁
7. 세계동시혁명이라는 숙명
8. 평화 헌법의 실현과 증여의 힘
9. 규제적 이념으로서의 영구 평화
10. 역사의 종언, 그리고 반복
3장 | 공동선과 새로운 미래
1. 중심-주변-아주변
2. 제국과 제국주의
3. 헤게모니국가의 종말
4. 동아시아 120년 그리고 강정
5.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6. 아랍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7. 유동민의 테크놀로지, 걷기
8. 억압된 것의 회귀로서의 D
9. 정치적 보편종교
10. 데모크라시와 이소노미아
11. 재난 이후의 특별한 공동체
12. 높은 이념을 가져라
인터뷰 후기
기고문_세계동시혁명
2부 윤리의 정치화, 정치의 윤리화
1. 가라타니의 교훈__존 트리트
2. 마르크스주의적 시차__해리 하루투니안
3. 고대 사회와 새로운 정치-칸트에서 생산양식까지__프레드릭 제임슨
참고문헌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인디고 | 선생님이 말씀하신 일본 청년 세대의 변화는 분명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욕망하지 않는 젊은 세대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정을 회복하려면 세상에 대한 충만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랑, 이를테면 보편적인 사랑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적도 있지 않습니까?
가라타니 |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청년들이 ‘소비하는 행위’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느낌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의 그러한 무관심은 일본이 이제 탈성장 혹은 포스트-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그런 젊은이들이 삶 그 자체 혹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욕망이나 열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욕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욕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타인의 욕망’과 ‘주체의 욕망’이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욕망이라 불리는 것은 사실상 전자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자동차를 욕망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집니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입니다.
-53~54쪽
인디고 | 선생님은 『정치를 말하다』에서 2008년 금융위기로 불거진 신용공황이 만성불황으로 이어질 것을 예측하셨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국가 부채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 국가들 역시 높은 성장률을 보이긴 하나, 그 상승세가 한층 꺾였습니다. 세계 경제가 만성공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경우, 선생님은 각국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격렬한 투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동시대적인 난국과 이데올로기의 역설적 충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치적 체제를 꿈꿀 수 있을까요?
가라타니 | 정치적 체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국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교해보자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나 일본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그러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로 나아갔지요.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결합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긍정하고, 그것이 가져오는 격차와 폐해를 국가가 통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경우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경향과 그것을 억제하고 복지를 지향하는 경향이 진자 운동처럼 번갈아 찾아오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을 보면 7, 8년 전에 신자유주의적이었던 것이 지금은 사회민주주의적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구호인 ‘변화change’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7, 8년 전 사회민주주의
적 국가였던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들은 반대로 신자유주의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향후 곧 다시 역전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국내의 정치적 변동 과정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선 그 배후에 있는 구조를 파악해야만 합니다.
-71~72쪽
인디고 | 일국 내에서 전쟁을 위한 일체의 군비를 포기하고, 또 유엔이 개혁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세계동시혁명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주장에는 일종의 이론적 비약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세계동시혁명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런지요?
가라타니 | 제가 말씀드린 세계동시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나라만으로도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한 나라가 전쟁을 포기한다면 혹은 전쟁의 권리를 증여한다면 그것이 국가연합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리겠지요. 그럼으로써 비로소 세계동시혁명이 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지양 혹은 세계공화국은 이러한 세계동시혁명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동시혁명이라고 하면 오해가 생길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해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102~103쪽
인디고 | 『은유로서의 건축』을 보면, “공산주의 또한 하나의 가상에 불과하지만, 그 ‘환상’을 비판하는 것은 ‘환상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타파하도록 (민중에게) 요청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쓰신 글이 있습니다. ‘세계공화국’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을 적용할 수 있을 듯한데요. 이를테면 ‘세계공화국이라는 이념은 하나의 가상에 불과하지만, 그 환상을 비판하는 것은 환상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타파하도록 어소시에이션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선생님의 이론은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사회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공화국을 함께 건설하고자 하는 미래의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가라타니 | 글쎄요. 저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이론적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들을 따릅니다. 이를테면 데모에서도 저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참가할 뿐입니다. 다만,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이념, 규제적 이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기에 타협해도 좋습니다만, 이념만큼은 제대로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념을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리자면 ‘높은 이념’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168~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