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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학이론
· ISBN : 9788958204732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7-09-1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서문
- 내 몸의 기억과 감각을 만나는 시간
- 여장놀이를 추억하며, 젠더의 경계를 생각하다
- 일시장애
- 여름날의 커리어 우먼 코스프레
- 견적내기프로젝트 성형OTL
- 난 개구리가 아니다
- 왜, 지금, 누구를 위한 피임약 재분류인가?
- 헤움의 머리 기르기
/ 누구로 기억할 것인가, 누구와 기억할 것인가 /
- 우리는 매일 아침 능(陵)에서 눈을 뜬다
- 엄마 아빠, 다 거짓말이야
- ‘오빠’가 뭐길래?
- 경계 밖과 안의 그들
- 교회, 침묵을 말하다
- 얼굴 없는 (성)폭력
- 운이 좋아 살아남은 나는, 인간입니다
- 혼자 사는 여자
/ 정색해도 괜찮아 /
- 따로 또 같이 살기
- 나는 왜 결혼했을까? 화성인의 지구생활기
- 엄마노릇과 내 삶의 중간성적표
- 나는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산다
- 결혼합니다, 위로해주세요!
- 이별이라는 벤치
- 함께 살기 15년, 공생의 조건
- 아들에게 집안일 시키기
- 여자, 명절과 춤추다
- 내 안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게 평화를
- 남자 셰프 말고, 엄마의 쿡방은 안 되겠니?
/ 여성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 /
- 나쁜 배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배려일까?
- ‘동기’도 아닌, 그렇다고 ‘여자’도 아닌
- 여자라서 안 된다고? 해내겠어, 바꿔놓겠어
- 직장인 건강검진 체험기
- 페미니스트 의사가 되겠다던 야심찬 결심
- 회사에서 커밍아웃하기
- 여자의 적이 이제 그만 여자였으면 좋겠다
- 난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 점이 아닌 선, 에피소드가 아닌 역사
- 소통은 가능하다는 희망
- 하늘로 가는 길에도 남녀가 따로 있더라
- 그냥 이렇게 살아 있는 그대로
/ 페미니스트 & 고수가 알려주는 싸움의 꿀팁 /
- 선언문: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리뷰
책속에서
“내가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결정 적인 것은 내가 생물학적인 ‘여자’라는 사실, 즉, 어깨 아래에 작고 귀여운 유방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대체 내 유방이 뭘 어쨌기에 문제인 것일까. 공공장소에서 어떤 여자가 등목을 하겠다고 윗도리를 벗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미쳤군’부터 시작해서, 움찔하고 돌아서는 사람, 달려와서 옷을 덮어줄 사람, 미풍양속을 들고 나설 보수주의자와, 유후~ 하며 휘파람을 불어댈 간 큰 마초와, 자신을 성적으로 불편하게 했으니 환경형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는 똑똑한 남학생까지 골고루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등목 하는 여자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들의 심정, 그리고 애초에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하지 않는 나의 심정에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은 여성의 상체는 성적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이다.”
“자아도취에 가까운 행복감을 맛볼 수 있던 여장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여자 됨’에 필요한 물리적인 조건이었다. 내 몸은 여장을 하기에 ‘적절’한가? 이를테면 화장, 치마, 여성들의 장신구 따위가 내 몸에 잘 맞나? 잘 맞았다. 다리도 이만하면 날씬하군, 피부가 좋으니까 화장도 잘 받을 거야, 머리도 작고 어깨도 좁으니 긴 치마를 입으면 늘씬해 보이겠지? ……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몸을 바라본다. 이제 여장은 곤란하겠어. 부쩍 나이든 태가 나고 주름도 늘고 피부는 엉망이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굵어지고, 심지어 배까지 나오는 것 같아. 화장을 해도 잘 안 먹을 테고 스타킹을 신어도 다리가 가늘어 보이지 않을 텐데……. 몸의 변화를 절감하며, 언니 오빠들은 여자로 변신하는 나를 더 이상 예쁘게 봐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런데 몸이 ‘못나게’ 변하면 여장을 못하는 걸까?”
“언니는 화장을 했다. 화장을 해도 관은 매장을 할 때와 같은 크기의 관이 쓰인다. 장례 물품 방에 가니 관이 여러 개가 전시되어 있고, 그중 화장용 관은 두 개가 있었다. 이 두 개는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니 하나는 여성용, 하나는 남성용이란다. 으잉? 관에도 성별이? 세상은 참……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구분해놓았다. 그러면서 붙이는 설명이 남성용은 관의 네 모서리에 사각의 기둥을 덧붙여 단단해 보이는 느낌이 나게 하고, 여성용 관은 관의 네 모서리를 기둥의 덧댐 없이 나무끼리 부드럽게 연결했다는 것이다. ‘그 외의 차이는 없냐?’고 물었더니, 없단다. 우린 각 잡혀 있는 관으로 골랐다. 이런 의미 없는 성별구분은 장의차를 고를 때도 맞닥뜨려 졌다. 장의 차량의 선두는 캐딜락으로 운구를 하고 뒤에 버스가 따르기로 했다. 계약하러 오신 분이 안내 파일을 꺼내더니 흰색 캐딜락과 까만색 캐딜락이 있는데, 고인이 여자 분이라서 흰색 캐딜락을 빼놨다고 하신다. 하지만 장의차 하면 ‘까만 캐딜락’이 아니던가. 드라마나 뉴스에서 멋있게 보이던 그 까만 차. 우린 그 차에 언닐 태우고 싶은데…… 언니는 여자였네…… 우리는 까만색이 ‘가오’가 사니 까만색으로 다시 주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미 주문을 넣어놓아 어렵다는 기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