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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TV/라디오 > PD/탤런트/방송작가/성우
· ISBN : 978895861097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09-10-28
책 소개
목차
이 책에 바치는 찬사_래리 킹, 원더풀 라이프
머리말_기억
1.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2. 아버지의 죽음
3. 어머니와 라디오
4. 고향은 친구들이 있는 곳
5. 야구, 여자 그리고 열정
6. 반갑다 마이애미여, 잘 있거라 자메이카여!
7. 재키와 프랭크
8. 60년대를 추적하다
9. 곤경
10. 타이밍
11. 테드
12. 죽음의 위기
13. 토론의 틀 잡기
14. OJ 심슨 사건
15. 래리 킹 주니어
16. 아내
17. 섹스와 탄생
18. 역대 대통령들
19.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
20. 질문 받겠습니다
21. 감격스러운 순간들
22. 상처의 치유를 향해
23. 하루에 한 명씩
24. 슬리퍼
감사의 말
미주
책속에서
그때는 1964년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절대로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한, 프랭크 시나트라는 〈뉴욕 타임스〉의 인터뷰 요청 전화도 거절할 줄 아는 단 한 명의 사람이었다. 재키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말했다.
“프랭크는 다음 주에 퐁텐블로 호텔에서 공연할 예정이네. 공연이 없는 요일이 언제지?”
“월요일이에요.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어요.”
“그럼 됐네.”
“무슨 말씀이세요?”
“월요일 밤에 자네 방송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출연하게 해주겠네.”
“보세요, 다음 주 월요일 밤에 제 방송에 정말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온다면 좋아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겠네요. 선전도 할 거고요.”
“그럼 선전하게!”
나는 그를 믿고 그날 밤 라디오 방송중에 정말 그대로 말해버렸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월요일 밤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출연해 3시간 동안 함께 할 예정입니다.”
방송국 임원이 전화를 걸어 다시 확인했다.
“자네 그 말 농담이지?”
나는 그와의 인터뷰를 절대 잊지 못한다. 그리고 제리 팔웰(Jerry Falwell, 극보수 우익 성향의 목사) 같은 종교 지도자들과 이야기할 때 그때의 인터뷰 얘기를 꺼내면, 그들은 언제나 그 논지에 허를 찔려 당황한다. 그들은 동성애자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그릇된 선택이라고 주장하기 일쑤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택으로 게이가 되었다는 겁니까? 그게 선택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자신들이 선택해서 게이가 된 것입니다.”
나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묻는다.
“당신은 이성애자가 되기로 선택했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나는 그렇게 물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팔웰 같은 사람은 곧잘 이렇게 대꾸한다.
“글쎄요, 이성애자가 되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그게 정상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동성애자의 관점에서는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나는 거의 모든 종교 지도자에게 동성애자 문제를 물어봤다. 엘튼 존이 토크쇼에 나왔을 때는 그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편 배우 레이몬드 버(Raymond Burr)와 나누었던 대화도 기억난다. 그는 방송중에는 자신이 게이인 것에 대해 거론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점심을 먹으면서 과거의 40년대와 50년대에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나는 그때 소방관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절대 못 잊을 것이다. 소방관들은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피해서 달아나려는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한 소방관은 소방관이 될지 경찰이 될지를 선택해야 했을 때, 소방관이 경찰보다 만나면 사람들에게 반가운 존재로 비춰진다는 이유로 소방관이 되기로 정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정말 맞는 말이었다. 사실, 경찰은 만나면 언제든 반갑기만 한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전 대원이 목숨을 잃은 소방서를 찾아가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서 잔해를 들어올리고 있던 크레인 운전사가 했던 말도 기억난다.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에요.”
그는 자신의 일은 건물을 짓는 것이지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후에는 내가 혈관우회술을 받았던 바로 그 병원으로 가서 화상을 입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한 사람은 고통이 너무 심해서 살이 뭔가에 닿으면 안 되었다. 심지어 이불조차 덮어주지 못했다. 알 카에다에 의해 가해진 사망자와 피해를 되돌아보면, 수시간 동안 보잉사의 모의비행장치 안에서 공중회전만 연습했을 뿐 이륙과 착륙에는 그다지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두 학생에 대해 왜 의심하지 않았는지, 그 의문을 억누를 수가 없다. 왜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