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국제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5906269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4-12-0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5
제1장
지식 Knowledge …… 15
제2장
독서 Reading …… 49
제3장
영상 Media …… 91
제4장
학습 Learning …… 143
제5장
전통 Tradition …… 203
제6장
미래 Future …… 245
에필로그 …… 274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제이 레노Jay Leno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촬영 채비를 마친 채 스튜디오를 떠나,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걷는 사람을 대상으로 즉석 상식 퀴즈를 내는 <투나잇 쇼>의 ‘제이 워킹’ 코너를 재미있어 한다. 레노는 전문가답게 “미국 국기에는 별이 몇 개 있을까요?”, “예수님은 어디서 탄생하셨을까요?”, “토니 블레어Tony Blair는 누구입니까?” 같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퍼부으며 사람들을 놀린다. 때때로 그는 사람들에게 질문의 난이도를 고르게 해주는데, 8학년(우리나라의 중2)부터 2학년 수준까지 선택 가능하다. 가장 인기를 끈 참가자 몇 명은 <투나잇 쇼> 무대에서 열리는 가상 퀴즈쇼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응답자의 연령대는 대부분 어린 편이다. 이 사실은 연장자의 기억력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제이 워킹’ 코너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이는 20대다. 몇몇 질문과 응답을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뭔지 기억하나요?” 레노가 젊은 청년에게 묻는다. 그러자 긴 머리 젊은이는 “잡지도 해당되나요?”라고 묻더니 잠시 후 “음, 아마 만화책이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문답도 있다. “최초로 전구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요?” “어…….” 한 대학생이 곰곰 생각한다. “토머스 에디슨Tomas Edison이요.” 레노가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학생이 덧붙인다. “맞아요…… 연을 가지고 만들었죠.” 레노가 정정해준다. “그건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죠.”
- <제1장 지식> 중에서
몇 주 동안 나는 라디오 인터뷰를 다수 했는데, 청중의 반응에 거듭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15분 정도 논평한 후 청취자와 전화를 연결했다. 전화선을 타고 통통 튀는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청취자와의 대화에 충격을 받아 방송이 끝나자마자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어보았다.
발신자: 전 고등학교 학생인데요. 맞아요. 저도 책을 읽지 않고 친구들도 책을 보지 않아요.
진행자: 왜 그런가요?
발신자: 선생님이 숙제로 지정해준 책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진행자: 예를 들면요?
발신자: 어…… 어떤 남자에 대한 책 있잖아요. (침묵) 그, 왜, 있잖아요. 위대했던 남자.
진행자: 네?
발신자: 위대한 남자요.
진행자: 혹시 『위대한 개츠비』를 말하는 건가요?
발신자: 아, 맞아요. 누가 그 사람에 대해 읽고 싶겠어요?
방송에서는 폭소가 터졌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여학생이 자신이 독서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그토록 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학생은 자신의 반反문학적 취향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빈곤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수업이 따분하니 독서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으며, 그토록 지루한 일을 여가 시간에 하라고 강의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항변하는 듯했다. 독서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물론 이전 세대도 숙제나 과제를 혐오했으며 시대의 지적 흐름에 동참한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책과 담을 쌓은 의사 문맹(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독서는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기 또래에서 이게 당연한 거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어댄 세대는 없었다.
- <제2장 독서> 중에서
미디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접근성도 발달하면서 멈출 줄 모르는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혹자는 고작 10대가 이 모든 가능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여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인터넷과 비디오게임에 쏟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텔레비전 시청이나 라디오 청취 시간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관련 보고서는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컴퓨터나 게임을 하는 데 긴 시간을 쏟는 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과 라디오 청취 시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오히려 길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멀티태스킹이다. 보고서의 결론처럼 '미디어 사용이 미디어 사용을 야기하는' 결과다. 개인 공간에 접속, 피드, 채널이 많고 다양해질수록 이들은 쉽고 빠르게 적응하며 하나를 받아들일 때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추가해간다.
성인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빽빽한 인터넷망, 동시다발적인 채널의 즐거움을 말이다. 자녀 세대 때 느리고 기본적인 감각 환경에서 자란 성인도 최신 발명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디까지나 취침 전 신문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 외에 추가적인 일로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멀티미디어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새로운 발전이 추가되는 족족 각각의 기술을 통합해서 받아들인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다른 기술과 경쟁하거나 방해 된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것과 편안하게 어울린다고 느낀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수업시간에 말했듯이 말이다. “저는 텔레비전을 켜두지 않고는 숙제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 <제3장 영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