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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5913436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0-03-1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이렇게들 말하지. 아름다움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도리언 그레이가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나는 점점 늙고, 추하고, 끔찍해지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요……. 아, 그와 정반대로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다 할 거예요! 그래요, 그럴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무엇이든 가져다 바치겠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예요!”
도리언 그레이는 그의 친구들 혹은 그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야릇한 억측들이 난무할 정도로 비밀리에 장기간 집을 비우는 때가 잦았다. 그렇게 떠난 후 다시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슬그머니 계단을 올라가 자물쇠를 채운 방문 앞에 서서, 한 번도 몸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바질 홀워드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 앞에 서서 캔버스 위의 늙고 사악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 곁에 윤이 나게 닦인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보고 활짝 웃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 현저한 대조가 그의 쾌감을 자극했다. 그는 점점 자신의 미모에 반했고, 점점 자신의 영혼이 타락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때로는 소름 끼치도록 기괴한 환희를 느끼면서, 때로는 죄악의 흔적이 더 끔찍할지 노화의 흔적이 더 끔찍할지 궁금해하면서, 주름진 이마를 시들게 하고 늘어지고 음탕해진 입을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흉측한 주름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림 속의 붇고 거칠어진 손 옆에 자신의 하얀 손을 올려놓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보기 흉한 몸과 노쇠해가는 팔다리를 보며 조롱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