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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9139392
· 쪽수 : 572쪽
책 소개
목차
사물 필기_ 확성기
인물 소묘_ 판체쟝춘
제6권 공산空山
사물 필기_ 전화
인물 소묘_ 자신을 판 줘마
옮긴이의 말_ 티베트를 가장 실물감 있게 이해하는 방법
책속에서
오히려 위험 요소는 목재를 채벌하고 운송하는 과정에 훨씬 많았다. 이 작은 마을에는 나무를 베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부딪히는 바람에 어깨뼈가 부러져 불구가 된 사람도 있었고, 한밤중에 트럭 기사 하나가 사람을 태우고 깊은 협곡으로 들어갔다가 차도 사람도 마을로 돌아오지 못한 일도 있었다. 라쟈쩌리는 성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다오쯔롄에게 차를 세우도록 하여 사고 지점을 둘러봤다. 협곡 깊숙한 곳, 우거진 잡초 속에 파란 트럭 파편이 어렴풋이 보였다. 길가에는 망자를 위해 지촌 사람들이 세워놓은 초혼 깃발이 이미 색이 다 바랜 채 바람에 찢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다오쯔롄이 협곡을 향해 술을 한 병 뿌렸다. 라쟈쩌리도 담배 두 개비에 불을 붙여 도로변의 부드러운 표토에 향처럼 꽂아뒀다.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앉아서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생기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들러서 술기운을 빌려 지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고 얼마나 변했는지, 얽히고설킨 은원恩怨 관계는 또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내 눈에는 이런 모습이 사실 지촌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역사와 함께 재건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지촌처럼 첩첩산중 골짜기에 깊숙이 들어앉아 수천 년을 버텨온 듯한 마을의 역사는 일찌감치 흔적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어렴풋이 흩날리는 파편 같은 이야기들만 전해질 뿐이기 때문이었다. 한 세대 한 세대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뒤돌아볼 필요가 없었던 것은 역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금 사람들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지촌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겪은 변화가 이미 과거의 천 년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술과 이야기로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