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3153
· 쪽수 : 392쪽
책 소개
책속에서
지하 저장실의 칠흑 같은 어둠이 불빛을 삼켰다. 그들은 거기에 숨어 있는 뭔 가를 쫓기라도 하듯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은 딱 딱한 흙으로 뒤덮였고 오래된 돌벽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쿨렌은 금방이라 도 뭔가가 뛰쳐나와 그들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끔찍하고 사악한 것 이 나타나 그들을 살려 보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가슴 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하 저장실은 비밀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곳에도 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더불어 쿨렌의 희망도 꺼졌다.
결국 그들은 다시 계단을 올라와 일층 복도로 나왔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 자 토마스가 쿨렌의 실망을 감지한 듯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애초에 여기서 해답을 찾을 가능성은 낮았어요. 가서 나르가 가진 책들을 계 속 살펴봅시다. 우리가 놓친 뭔가가 있을 수도 있어요."
토마스가 말했다.
쿨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에 실망감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자제하면서 말했다.
"뭔가를 느꼈어요. 어떤…… 에너지 같은 걸. 여기에 뭔가가 있어요. 아니면 그것의 잔영이라도."
"지당한 말씀."
여전히 자일의 장갑 낀 손 위에 얹혀 있는 해골이 말했다.
"촐리크가 불러낸 것과 똑같은 악마가 고약한 냄새처럼 흔적을 남겼어요. 그 것이 당신들의 머리를 파고들면, 조만간 당신들도 나처럼 되고 말거라고요."
그들이 줄줄이 밖으로 향했다. 가장 늦게 문으로 향하던 쿨렌의 뇌리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쥐. 쥐가 어디로 사라졌지?
쿨렌은 벽의 구멍으로 되돌아가서 구멍의 가장자리를 만져보고 가볍게 두들 겼다. 속이 비어 있는 소리가 났다. 쿨렌은 흥분하며 무릎을 꿇고 쥐구멍을 자 세히 살폈다. 인위적인 구멍 같았다. 쥐의 날카로운 이빨이 살을 물어뜯을 거라 고 생각하며 구멍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더듬거렸다.
손이 간신히 닿는 높이에 빗장이 튀어나와 있었다. 빗장을 힘껏 잡아당기자 벽이 움직이며 문의 형상이 나타났다.
쿨렌이 숨겨진 문을 밀자 검은 구멍이 나왔다. 그가 소리쳤다.
"빨리 이리 와요! 여기에 뭔가가 있어요!"
티리엘이 즉시 옆으로 돌아왔고 다른 사람들도 곧 뒤따라왔다.
"불빛을 비춰요."
대천사의 말에 강령술사가 횃불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흔들리는 불빛이 돌 덩이를 쌓아 만든 창문 없는 작은 방을 비추었다. 바닥에는 오래된 얼룩이 가득 했고 벽에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피다. 쿨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
만 그 생각은 나무 책상 뒤 벽을 가득채운 서책들을 본 순간 사라져버렸다.
쿨렌이 앞으로 나서려는데 미쿨로프가 팔을 붙잡았다.
"여긴 미친 자의 은신처예요. 보호의 주문이 걸려 있을지 모릅니다."
미쿨로프는 문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바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돌 바닥을 만지작대더니 한 곳을 꾹 눌렀다. 바닥의 네모난 면이 살짝 꺼지더니, 쇠막대에 달린 낫 모양의 칼날이 쿨렌의 바로 앞 어깨높이에서 원을 그리며 입 구를 홱 가른 뒤 나무틀 안으로 사라졌다.
쿨렌은 침을 꿀꺽 삼킨 뒤, 다시 일어선 수도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 쿨로프가 가벼우면서도 신중한 발걸음으로 여전히 진동하고 있는 칼날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지만, 다른 함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도사는 한동안 방의 표 면을 꼼꼼히 살피더니 안전하다고 선언했다.
마침내 쿨렌은 흥분으로 손을 바르르 떨면서 자신이 발견한 고대의 서책과
두루마리 앞으로 다가갔고, 그것들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