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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840
· 쪽수 : 43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안두인은 충동적으로 말에서 내려 실바나스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 그녀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잠시 후, 그녀도 안두인과 마찬가지로 말에서 내렸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만큼 느릿한 속도로 약 1미터 거리까지 접근했다.
안두인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족장, 내 요청을 수락해줘서 고맙다."
"꼬마 사자로군."
실바나스는 포세이큰 특유의 걸걸하고 기이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더 아팠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용감한 드워프 애린이 애정을 가득 담아 안두인을 부르던 별명이었다. 실바나스가 그 기억을 뒤틀어 그를 모욕하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두인 린 국왕이다. 이제는 꼬마가 아니기도 하고. 날 과소평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실바나스의 입가가 희미하게 뒤틀렸다.
"넌 아직 꼬마다."
"여기서 이렇게 서로를 모욕하는 것보다는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별로 그럴 것 같진 않구나."
실바나스는 즐기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턱을 약간 든 채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느냐?"
안두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이미 약속을 어긴 적이 있을 텐데."
그래, 바리안의 죽음. 실바나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제법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세이큰의 어둠의 여왕이자 호드의 대족장으로서 약속하겠다. 오늘 얼라이언스의 어떤 구성원도, 호드 구성원의 손에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이제 만족하겠나, 폐하?"
실바나스는 마지막 어휘를 유난히 강조했다.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두인의 새로운 지위를 칼처럼 이용하여 그의 갈비뼈 사이를 찌르고 있었다. 그 비극적인 사건이 없었더라면 지금 실바나스는 바리안 린과 대화하고 있었을 것이고, 둘 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번 회담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과 분노, 불신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을 것이다.
안두인이 미처 억누르기도 전에 입 밖으로 그 물음이 나오고 말았다.
"우리 아버지를 배신했나?"
실바나스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