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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8357
· 쪽수 : 332쪽
책 소개
목차
아린의 시선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서른이다. 아니, 어쩌면 서른하나일지도 모른다.
서른이든 서른하나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상이 만들어준 나이는 의미 없이 진열된 숫자일 뿐이다.
나는 열한 살이다. 그때, 나는 성장을 멈췄다.
누군가 내 열한 살의 몸에 스물일곱 번 칼을 찔렀고 오 일간의 혼수상태 끝에 나는 그날 밤의 기억과 나의 미래, 엄마를 도둑맞았다.
사라진 것은 그날 밤의 기억만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기억이 사라진다.
수화기의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행히 제대로 눌렀는지 액정화면에 119라는 숫자가 뜨고 곧 연결음이 들렸다.
소녀는 숨을 쉬기도 힘들었지만 침착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조금 전 거실을 내려가다 본 동생의 모습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헝겊인형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던 동생의 얼굴을 본 뒤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떠보니 다행히 이불 속이다.
휴, 그제야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긴장으로 모아두었던 숨을 내쉬었다. 꿈이라고는 하지만 현실보다 더 생생하다.
옷장의 먼지와 희미한 나프탈렌 향. 머리와 어깨를 툭툭 치던 옷들의 감촉, 점점 굳어지며 경련이 일던 다리, 닫힌 공간 속에서 느껴지던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터질 듯 두근거리던 심장박동.
오감을 자극하며 가슴을 옥죄오던 공포와 긴장감이 얼마나 현실 같았는지 잔뜩 오그라들었던 손발이 뻣뻣하게 굳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