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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9583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새로 살게 될 단독주택 현관 앞에 문패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전에 살던 가족이 이사 갈 때 떼어갔을 것이다. 이삿짐을 실은 트럭에서 내 자전거를 끌어내렸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오자 엄마는 집 앞에서 이삿짐센터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먼저 집으로 들어가 아직 휑뎅그렁한 공간을 바라봤다. 1층에 넓은 거실이 있다. 나도 모르게 발레를 췄다. 아무것도 없는 마룻바닥은 얼마 전까지 다니던 발레 교실을 연상하게 한다.
전학 첫날 엄마를 따라 집을 나섰다. 옷은 전에 다니던 학교의 블레이저 교복을 입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탁 트인 경치가 펼쳐졌다. 가드레일 옆을 걸으며 엄마가 중얼거린다.
“촌구석이네.”
“그래?”
그리 촌구석 같지는 않다. 편의점도 있고 주택가도 펼쳐져 있다. 사실 전에 살던 곳이 너무 도심지였다.
“근데 학교가 왜 이리 멀어?”
“근처에 건립 계획이 있었는데 취소됐대. 피자 가게 오빠가 그러더라.”
“그렇게 배달 온 사람들 붙잡아놓고 잡담하는 건 좀 그만하면 안 돼? 바쁜 사람들이잖아.”
나는 속으로 ‘아마 그 아저씨가 젊고 잘생겼겠지’ 하고 생각한다.
“학교는 좀 어땠니?”
“최악이야.”
“왜?”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반 아이들의 기묘한 태도와 마법진 같은 낙서 따위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피곤하니 일단 미뤄두기로 한다. 탁해진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적정량 넣은 후 압력밥솥 뚜껑을 덮는다.
“괜찮아. 우리 데쓰코는 금방 친구가 생길 거야.”
엄마는 캔맥주 뚜껑을 따서 한 모금 맛있게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