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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60303904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4-05-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첫인상 (뉴포트에서 디모인까지)
국민과 깃발 / 너의 감옥들에 대해 얘기해다오…… / 종교에 대하여, 특히 야구에 대하여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가짜 / 대도시들도 죽는다 / 어린아이의 복수 / 미국 아랍인을 위한 유대 모델 / 왼쪽 노선 / 시카고 트랜스퍼 / 윌로 크릭의 신 / 비극의 의미, 녹스빌 스타일
서부로 가는 길 (칼로나에서 리빙스턴까지)
흑인 클린턴? / 힐러리와 그 자국 / 광신자들의 자리 / 미니애폴리스의 토크빌 / 누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죽였는가 / 늑대와 함께 춤을 / 신화로서의 러슈모어 / 반유대인주의에 물든 인디언 영웅 / 짐 해리슨과의 만남 / 가엾은 이스라엘 / 이데올로기의 귀환
태평양의 벽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나의 사랑 시애틀 / 게이랜드에서의 하룻밤 / 좌파들이 말하는 도덕성 / 절대 감옥 / LA로 가는 길 / ‘안티’ 시티, 로스앤젤레스 / 누가 비만을 두려워하는가 / 샤론 스톤이 말하는 부시 / 이민자들의 둥지 위로 날다 / 사람들은 어떻게 미국인이 되는가
사막의 현기증 (라스베이거스에서 템피까지)
섹스 코미디 / 사창가의 법칙 / 감옥 비즈니스 / 그들은 창조론을 말한다 / 모르몬교도들의 기발한 생각 / 미국에 사회보장제도가 있는가 / 금광 광부들의 유령 / 제국의 신화 / 노후를 위한 황금빛 인종차별 정책인가 / 미국 선거 양식의 특이성에 관하여 / 케리 선거 캠프를 방문한 프랑스인
남부와 함께 사라지다 (오스틴에서 리틀록까지)
텍사스의 토크빌 / 길 잃은 크리스천과 돌아온 크리스천 / 미국의 신화 / 나치스처럼 무장한 사람들 / 뉴올리언스의 빛 / 지옥이 이러할 것이다 / 남부의 영광 / 남부를 믿었던 사람들과 더 이상 남부를 믿지 않는 사람들 / 미국의 노예와 그 억압에 대하여 / 가스펠과 컴퍼니 / 리틀록의 비극적 무도회
허리케인의 눈 (마이애미에서 피츠버그까지)
마이애미의 제임스 엘로이 / 마이애미는 끝장났는가 / 미국의 자연에 대한 느낌에 관한 짧은 노트 / 서배너에 있는 나의 유령 / 스콧 피츠제럴드를 위한 무덤 / 바람과 함께 귀향하다 / 마르스 대 비너스, 혹은 그 반대 / 리처드 펄과의 대화 / 빌 크리스톨과 내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 / 역사의 종말은 연회가 아니다 / 두 개(최소한)의 우파가 있다
행복한 자들과 저주받은 자들 (워싱턴에서 케이프코드로 돌아가기까지)
블랙홀 같은 민주당 / 워런 비티가 말하는 좌파 / ‘정크 정치’를 끝장내기 위하여 / 안보 시스템이 사람을 미치게 할 때 / 미국 여행 / 토크빌의 맹목? / 우디 앨런, 음악가? 영화감독의 초상 / 세 명의 재계 거물 / 관타나모에서의 사흘 /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 영원의 눈동자 아래에서
리뷰
책속에서
토크빌 방식은 눈으로 본 것들을 사유에 결합시키고, 사물들의 가시적 표면을 그것들의 은밀한 코드와 결합시키고, 어떤 관습이나 제도의 겉으로 드러난 텍스트와 그것을 형성하는 은밀한 원칙(아리스토텔레스나 몽테스키외가 추구하는)을 결합시키는 데 있다. 그래서 그의 방식은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하는 방식이 된다. 그것은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원칙적으로 어떤 우발적 사건이나 관찰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의 사건에서는 물론 어떤 이념 논쟁에서도, 모텔이나 고속도로의 우울한 시(詩)들에서는 물론 어느 작가나 고위 공직자 혹은 연예계 인사와의 면담에서도, ‘이념’에 관한 성찰 못지않게 풍요로운 실체를 발견해내는 방식이다. 유동적이고 다양한 결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책(별로 그렇게 된 것 같지는 않지만)을 쓰리라는 나의 결심은 그러므로, 자신의 사촌 몰레 백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천 갈래 길을 숨긴 숲”이라고 표현했던 토크빌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길을 따라 이 나라 곳곳 1만 5,000마일을 느릿느릿 여행하면서 이내 나는 나만이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까지도 사실은 미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길들. 신화적인 길이 있는가 하면 잊힌 길도 있었다. 오리건 주 경계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펼쳐진 101번 도로, 플로리다 주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던, 로버트 크레이머의 길인 1번 도로, 시에라네바다를 따라가는 49번 도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61번 도로, 66번 도로, 아직도『분노의 포도』의 망령들이 배회하고 있는 그랜드캐니언 서쪽 도로……. 획일적이고 직선적인 포장도로가 있는가 하면, 미시시피 강 혹은 태평양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 도로도 있었다. 네브래스카 고원과 소나무 숲과 콜로라도 골짜기와 조 각된 화강암 언덕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사우스다코타의 평원에 이르렀을 때는 갑작스레 불어 닥친 모래바람이 풍경을 일신하고 변경을 다시 그으며 기이한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물처럼 얽힌 이 길들이, 철로와 더불어, 미국의 주들을 만들고 또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노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길의 언어를 아는 사람의 눈에는 또한 바로 그것 덕분에 미국의 다양성이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비행기 여행이 시간과 거리를 파괴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인지도 모르게 우리를 곧장 도착지점으로 데려다주는 여행이라면, 그리고 기차라는 것이 프루스트의 말마따나 어떤 노력이나 단계적 변화 없이 파리에서 피렌체 혹은 어느 다른 곳까지 요술처럼 우리를 옮겨주는‘마술적’수단이라면, 이 여행, 자동차로 떠나는 이 길고도 아득한 여행, 시간과 공간상의 어떤 우연한 사건들과도 맞닥뜨릴 수 있는 이 여행은 여행자로 하여금 풍경들과 얼굴들의 유한성과 결합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의 양식인, 유한(有限)의 양식을 체험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행자에게 장소들의 중력과 거리에 대한 감각을 되돌려주고, 곧바로 마주치게 되는 광막함에 대한 감각 역시 되돌려주고, 수평선처럼 다가갈수록 저 태평양까지 자꾸만 달아나는 어느 경계를 좇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사막들이며 산들, 사람이 살기도 하고 살지 않기도 하는 평야들, 거대한 도시들, 임시 촌락들, 다시 나타나는 사막, 인디언 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을 차례로 거치고, 그리하여 오늘날의 초현대식 여행 양식에서는 그저 하나의 불가능한 추억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유의 맛을 물리도록 흠씬 맛보게 하는 이 자동차 여행은 미국의 건국 신화들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까지 덤으로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