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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051049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09-06-12
책 소개
목차
1. 사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얼떨결에 도서관 사무 보조가 되다
2. 도서관에 컴퓨터가 들어오다
컴퓨터를 피해 전근을 신청한 사서
3. 사서를 위한 신병 훈련소
도서관의 역사를 공부하다
4. 9.11 그리고 사서의 임무
사서는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가
5. 사무 보조로 시작해 사서가 된 남자
어떤 것을 안다고 저절로 전문가가 되지는 않는다
6. 도서관은 누구를 위하여 팝콘을 튀기나
일용할 양식은 책뿐이 아니다
7. 아이들은 동화보다 방귀를 더 좋아해
동화 낭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다
8. 그들만의 도서관 위원회
위원회 회의엔 왜 노땅들만 올까
9. 빈둥빈둥 놀면서 월급 타 먹기
프리셀 게임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10. 책 다섯 권 읽으면 햄버거가 공짜
허울뿐인 독서 캠페인
11. 어느 것이 진짜 장애인가
지적 장애인들의 산타클로스가 되다
12. 안녕, 정든 도서관아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드는 것들
13. 쉬어 가는 시간
막간 인터뷰
14. 내 인생의 두 번째 도서관
멕시코 이민자들로 가득한 새 도서관에 적응하다
15. 누가 소방관을 멋진 남자라 했던가
새 도서관의 새 이웃들
16. 저랑 일촌 맺으실래요?
사서의 미니홈피 엿보기
17. 도서관은 노인들의 사랑방
단골 어르신들의 레퍼토리
18. 게임은 집에 가서 해라, 제발!
골칫덩이 십 대에게도 사서는 필요하다
19. 사서가 무슨 동네북인가
사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들
20. 저, 여기 사는데요!
노숙자들은 왜 도서관을 좋아할까
21.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사서는 어떻게 연애할까
22.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도서관 사서도 철 밥통은 아니다
* 에필로그
도서관에서 인생을 배우다
* 감사의 말
감사의 말을 빙자한 마지막 헛소리
* 옮긴이의 말
낡은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드라마
리뷰
책속에서
나를 도서관으로 끌어들인 것은 포르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스트리퍼가 나를 도서관으로 끌어들였다. 걱정 마시라. 변태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젊고 대학 재학 중이었고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지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지는 않았다. 어느 날 신문 스포츠 면을 뒤적이다가 광고 면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우연히도 구인 광고 면이 펼쳐졌다. 광고 면을 주우려고 몸을 숙이자, 풍만한 가슴에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여자가 나를 마주보았다. 나는 그 광고를 보고 도덕적으로 무례하며 불경하다고 느꼈고 이 불쌍한 여자가 무엇을 광고하는지 정도는 알아봐 줘야 하지 않겠냐는 일종의 의무감이 생겼다.
광고는 지역 스트립 바에서 신입 스트리퍼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는데 구직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풍만한 가슴의 여자를 내세운 것이었다. 나는 도덕적으로 무례하고 불경한 다른 사진이 또 없나 찾아봤지만 더 없기에 광고 면을 그냥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불현듯 다른 구직 광고가 내 눈길을 끌었다. 커다란 글씨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책을 좋아하십니까?" - 본문 10쪽 '사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중에서
출근 둘째 날, 도서관 동료들에게 나를 제대로 알리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토머스 핀천의 소설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골랐다. 나의 지성을 자랑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마침 사서 한 명이 휴게실에 들어왔다.
"손에 든 게 뭐야?"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요."
그녀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핑콩인지 뭔지가 신인 작가인 거야?"
나는 태연한 척하려고 애썼다. 분명 나를 놀리는 것이리라.
"핀천은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책을 썼어요."
"난 책은 잘 안 읽는 편이야. 읽을 시간도 없고."
"사서인데도요?"
"사서인데도라니?"
그녀는 내 손에서 책을 가져가더니 앞표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아, 이 이름 들어 봤어. 옛날에 줄리아 로버츠랑 사귀었던 그 남자 아냐?" - 본문 12쪽 '사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중에서
한번은 어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들 엄마 한 명이 게임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아이들 셋의 엄마로 중년 여성이었다. 처음에는 대체 아이들이 왜 그 게임에 사족을 못 쓰는지 알아보려고 게임을 해 보는 듯했다. 이틀 후 그녀는 게임에 중독되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몇 시간 동안 게임만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게임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아이들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녀가 게임에 빠져들수록 게임 시간은 길어졌다. 게임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도서관을 자기 안방처럼 생각했다. 그녀는 도서관에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우리더러 데워 달라고 했다. 그녀의 도서관 출입이 잦아질수록 그녀는 더욱 게을러졌다. 게임에 중독된 지 두 달이 지나자 그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녀는 그 휠체어를 도서관에서 충전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그녀가 컴퓨터를 계속 쓰려고 하면서 브라이언과 언쟁이 벌어졌다. 싸움이 끝나자 브라이언은 내게 와서 물었다. "저 여자 왜 저래? 하루 종일 뭘 하는 거야?"
"컴퓨터 게임이요."
"고작 하는 게 게임이란 말야?" 브라이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자. 어떤 게임을 하는 건지, 그 게임을 금지해야 할 이유 목록을 작성해 줘. 내가 저 여자를 쫓아낼게. 비디오 게임 하러 오는 거면 도서관에 올 필요 없잖아."
"애들도 데려와요. 그중엔 책을 읽는 아이도 있어요."
"애들 데려와서 책 빌려 나가면 되지. 여기가 하루 종일 죽치는 데야?"
다음 주에 여자는 그 게임이 차단된 것을 보자 즉시 참고 봉사대로 달려왔다.
"인터넷에 문제라도 있어요?"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은 말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그 사이트는 차단됐습니다."
"차단이라뇨! 왜요?"
"인터넷 속도를 떨어뜨려서요."
"책임자가 누구죠?"
"모르겠습니다."- 312쪽 '게임은 집에 가서 해라, 제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