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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60511026
· 쪽수 : 383쪽
· 출판일 : 2010-08-1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야기가 끝나자 정적이 흘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았고, 그것과 똑같은 표정이 내 얼굴 위에도 얹혀 있음을 느꼈다. 마법에 걸린 표정.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마르딘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믿었다는 말이 아니다. 녹색 인간이 이곳에 발을 들이거나, 잘린 머리를 손에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간 적 따위는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방금 들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실이라고 느꼈다. 아서마저 그렇게 느꼈다. 곁에는 쿠나이드를, 발치에는 사냥개 카발을 거느리고 자신의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앉은 아서마저도.
짧은 순간, 현실의 아서와 이야기 속의 아서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11장
"그윈!" 누군가 나를 소리쳐 불렀다. "그윈!"
베드위르였다. 동쪽의 목초지에서 데위를 발견해 데려오고 있었다. 우리 부대원들이 거기서 전리품을
챙기는 중이었다. 베드위르가 달려오더니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우리가 이겼어." 그건 승리를 기뻐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처럼 들렸다. 우리가 여태 살아 있는 것이 믿기지 않다는 듯이. "색슨족 한 놈을 죽였어. 내가 한 놈을 죽였다고, 그윈. 우리가 이겼어."
베드위르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베드위르한테서 땀 냄새와 피 냄새가 났다. 그의 턱에서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가늘고 여린 수염 때문에 그의 얼굴이 내 얼굴에 닿자 따끔거렸다. -17장
배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몸 아래 매트리스가 갑자기 질퍽한 느낌이 들었다. 축축한 부분에 손을 댔다가 창으로 들어온 달빛에 비춰 보니 손가락이 거무스름하게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죽어 간다고 생각했다. 베이든 전투 이후 그렇게 많은 피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때도 다른 사람의 피였지 내 몸의 은밀한 부분에서 흘러나온 피는 아니었다. 내 울음소리에 다른 소녀들이 잠에서 깨어났고, 내가 용 얘기로 그들을 겁주면서 그랬던 것처럼 어이없어 했다. 노니타는 내가 생리를 시작한 것뿐이라면서 세상의 모든 여자가 똑같은 일을 겪는다고 했다. 우리에겐 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고, 달이 우리의 피를 불러낸다고. 그것도 몰랐느냐고. -24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