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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090052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09-02-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큰 네모와 작은 네모
세 가지 소원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다이아몬드
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쟁이들만 사는 동네
보시니 참 좋았다
찌랍디다
굴비 한 번 쳐다보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편 색시는 똥 싼 바지를 담은 옻칠한 궤짝을 비단 보자기로 쌌습니다. 그리고 계집종을 불렀습니다.
“너 이것을 우리 시댁에 여다 드리고 오너라.”
“이게 뭔데요?”
“넌 알 거 없다.”
“그래도 사돈댁 어른이 뭐냐고 물으시면 대답을 할 수 있어야죠.”
“뭐냐고 묻거든 ‘찌랍디다’로 아뢰어라.”
계집종은 비단 보자기에 싼 것을 이고 한달음에 사돈댁까지 갔습니다. 새아씨가 보낸 물건을 가지고 왔다고 하자 웃어른들이 대점도 융숭하게 안으로 맞아들였습니다.
비단 보자기를 끄르자 옻칠도 아름다운 궤짝이 나왔습니다.
“이 속에 무엇을 넣어 보내셨는지 아느냐?”
누군가가 계집종에게 물었습니다.
“찌랍디다.”
계집종은 간단히 아뢰었습니다. 아랫목에서 듣고만 있던 노마님이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띠고 말했습니다.
“찔 것 없다. 사돈댁에서 보내신 귀한 건데 좀 굳었으면 어떻겠느냐?” - 본문 '찌랍디다' 중에서
드디어 환쟁이가 환성을 질렀습니다. 마침내 원하는 색을 얻은 것입니다.
“당신 덕이오.”
환쟁이는 우선 아내를 위로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곧 환쟁이는 그림에 몰두했습니다. 이제까지 그렸던 작은 화폭은 하늘을 담기엔 너무 협소했던지, 이 집에서 제일 넓은 벽을 통째로 화폭으로 삼아 버렸습니다.
물감도 무진장 있어야 했습니다. 아내는 열심히 빨간 꽃을 가꾸었습니다. 중매쟁이 노릇도 하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꽃 가꾸는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인지 아내는 하루하루 수척해졌습니다.
그러나 환쟁이는 넓은 화폭을 물들이기에 침식을 잃고 있는 터라 아내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 본문 '쟁이들만 사는 동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