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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함태숙 (지은이)
  |  
한국문연
2017-07-17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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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책 정보

· 제목 :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1867
· 쪽수 : 112쪽

책 소개

현대시 기획선 7권.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오랜 기다림 끝에 엮은 시집인 만큼 시인은 대상과의 소통을 간절히 열망한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블루스를 추고 싶다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진주홍 부르카
벌레 먹은 당신
수선화의 거리
폭설의 다음
딸기
옥수수 여자
묘혈
엽사
꽃의 축일
채석장
겨울, 북문리
콘택트
호접몽

제2부
사라지는 입술
장미성운
페넬로페의 서
당신을 걷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올훼의 연인
지구를 끌어안고
초록 물컵 위에 앉아
달의 뒤편
구름의 방
길 위의 별자리
망년
행성, 물들다
이별
구름의 청탁


제3부

마리아
물속의 잠
꽃의 우화
저 붉은 떨고 있는
누에
검은새
전사
목련의 자리
재만
죽은 새

제4부
용강동
수성당
홍제동
잠실
임당동
돼지머리 집 앞에서 전생을 보다
수태고지
회임

강릉 칠사당 1866
갈바리 의원
해바라기
와온
명주동

함태숙의 시세계 ㅣ 전해수

저자소개

함태숙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릉 출생.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를 전공했다. 2002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 <토성에서 생각하기>가 있다. 2019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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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한 시간을 눈보라 속에 있었다 차들은 눈을 감고 전속력으로 지나쳐 가고 세 시간을 나는 더 얼음 속에 있었다

몸을 녹이려 걸었다 겨울 속으로
죽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흰 재를 뒤집어쓴 채 하늘의 묘지가 한꺼번에 열렸다

지상에 머물기 위해 나는 발이 점점 얼어붙는가 지난 해 다 써버린 배터리엔 마지막 빛이
깜빡, 종료를 알린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는데
거리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얼음으로 도포한 별들의 성기 한 번 더 닿고 싶어 바람은 붉은 네온사인을 더듬고 빈병은 울음소리를 내며 언 땅을 구른다 한 시간을 정처 없다

기어이 나는 깨졌다

밤의 스커트를 내리니 파랗게 얼어붙은 새벽 새들이 일제히 부리를 박고 죽어 있는 파편 같은 유리창 밑
한 번 더 죽으려고 창천에 갔다


블루스를 추고 싶다

시간이란
이제 보니 촉각 같은 것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디스코를 출 만큼
청춘에 몰입하지도
블루스를 출 만큼
인생에 연민도 없던 시절
쾌속선 한 척 빠르게 지나 보낸
물과 같으리라 생각했지만
늙는다는 것은
하중을 싣는 곳만 모질어져
긴 쇳소리를 내는 철길
두 철로 사이
만져지지 못해 나의 중심은 비었다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머리 위 조명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전이었던
그 많은 나이트 나이트 들을
이제 보니 시간이란
오랜 키스 같은 것인데
영혼이 자신의 물질성을 이해할 때까지
조금만 더 천천히 더듬어 달라
전신을 휘감은 블루스처럼
치렁치렁 엉키며
흐느끼며
나의 모든 맛을 그대에게 주고 싶다
영업, 시간이 끝나도
우리가 한 몸으로 빙빙 돌 수 있게
어느 나이트에서건
어느 별자리에서건


회임

내 속의 가장 빛나는 영토를
가져가시고
물고기 한 마리를 내리소서
대지의 어머니가 기원하자
생살이 찢어지며
빗물이 내리쳐
젖은 채 타오르는 강이 생겼다
태양은 일천 개로 부서지고
눈이 멀 정도로 반짝이는 물비늘
대지의 어머니가
둥글게 몸을 말자
그 딸들도 모두 몸을 궁굴려
출렁이는 신의 영토.

여기, 물고기가 한 마리 놀고 있다.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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