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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48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1-2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베들레헴 10
워킹 온 더 클라우드 11
너 14
북악 스카이웨이 17
오고 있는 너를 보네 20
월식 22
식구 24
내겐 아버지가 있었지 26
심연을 깎네 29
북촌 방향 32
다이어리 35
세계는 신의 자작극일까 38
칼과 피를 보여 달라고 너는 말했다 41
오늘 아침 달걀 44
제2부
임종 48
아르메니아 49
피로스마니의 밤 52
폐광의 민가 식당 54
예레반 거리 56
흑해에서 58
밤의 캐리어 60
여행단 62
스베티츠호벨리와 나 64
제3부
루시퍼 방 68
한낮의 템플 70
오리요리 전문점 72
엔데믹 75
종이 78
밤의 산책자 80
밤의 드라이버 82
붉은 옷을 입고 있던 아이 84
복도에서 86
내재된 글자 88
골목 90
봄밤 92
반려 94
우르술라 97
제4부
성(聖) 가족 100
호떡을 파는 푸른 휘장 집 101
다정하다 102
해밀턴 거리 104
줄리라고 불리는 것들 106
사건번호 133 108
컨베이어 벨트를 이으며 110
우리들의 잠은 화석이 되고 112
호두를 건네는 시간 114
가래나무 아래서 116
크메르 루주 118
맹그로브의 추억 120
가장 작은 신 121
▨ 에스프리 | 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세계는 신의 자작극일까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사건에 끝까지 칼을 대던 그 손의 주인을
부리는 큰 손을
보고 싶다
자가증식하는 손안의 뇌량을
과실로 따가는 신들의 과실을
양날 가위를 철컥거리며
죽음을 촉지하는 열 손가락 끝의
소용돌이와 폐색증의 활자를
석유 내를 풍기며 떠다니는 미래의 입술을
보고 싶다
첨탑 끝에 꽂힌 얼굴을
사지를 그물처럼 펴서
피 묻은 지느러미를 거둬가는
말할 수 없는 저녁을
사건을 기획하고
첫 번째 인과를 튕기며 내려오는
신성한 자작극의
그림자 극장에서
침울하게 톱밥처럼
그 자신을 썰고 있는 우주나무
자신의 실패가 부끄러워
빛은 기꺼이 후면에
소멸은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는 악수를 하며
피를 조금 흘려야 하는
악수를 남겼지 그러나
부디 미학적 절차에 입각하기를
계약을 파기한다는
계약서를
돌아서서 들여다보며 너는 사라진다
임종
천사는 부상 당한 부위가
몸보다 넓어
침울한 이들의 보폭을 맞춰 걷는다
솜처럼 몸을 뜯으며
그의 슬픔이 순한 저녁의 울타리를 넘어가도록
그의 눈꺼풀은 가로로 찢어졌고
동공을 윙 윙 링처럼 돌고 있는 하나의
순간이 동시에 입장한다
기억해?
다시 눈뜰 때는 서로의 지구를 비춰주기로
가장 작은 신
흰 비닐 주머니에 휴지 같은 돈을 쑤셔 넣고
너는 또 큰 눈을 깜빡인다
우수수 온 도시가 다 사원이라는
그 이름의 석불에서 분진처럼
경전이 쏟아진다
소음은 가장 거룩한 침묵
시엠레아프의 밤 골목을 나와 짤그랑거리며
너는 다른 세상을 밟아간다
가장 높다는 수미산 거기서 무얼 태우는지
네 가는 발자국에
흰 재가 소복하고
뿌리 끝에 진흙을 묻힌 채
꽃들은 흰 봉다리 같은 입을 오므렸다 벌린다
무지하고 천진한 맨발의 행렬이여
구원은 왜 걸인처럼 자꾸자꾸 내려오는 걸까
버짐 핀 검정 개와 매 맞는 저녁을 불러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