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1092678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아키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그녀를 잃는다는 것은 곧 내가 볼 것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알래스카에서도, 지중해에서도 남극해에서도,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웅대한 경치에도 마음은 움직이지 않으며, 어떤 아름다운 광경도 나를 즐겁게 하지 못한다. 보는 것, 아는 것, 느끼는 것……. 내가 살아가는 것에 동기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없어져 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나와 함께 살아주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같은 길도 혼자서 걸으면 길고 따분하게 느껴지는데, 둘이 이야기하면서 걸으면 언제까지라도 걸어가고 싶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잔뜩 넣은 가방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몇 년이 지난 후에 생각한 적이 있다.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은 길고 따분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느새 갈림길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돼. 자신만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으면 돼. 하지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자신보다도 상대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먹을 것이 조금밖에 없으면 나는 내 몫을 아키에게 주고 싶어. 가진 돈이 적다면 나보다 아키가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 아키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아키한테 기쁜 일은 나에게도 기쁜 일이야. 그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 그 이상 소중한 것이 달리 뭐가 있겠어? 나는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안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을 발견한 인간은 노벨상을 받은 어떤 발견보다도 소중한 발견을 했다고 생각해. 그걸 깨닫지 않으면, 깨달으려고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는 편이 나아. 행성에든 뭐든 충돌해서 빨리 사라져버리는 편이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