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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62590944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흙>을 끝내며
작가와 작품 세계
작가 연보
책속에서
“서울 안 갑니다. 여기 살러 왔어요.”
하고 숭은 귀머거리에게 말하는 높은 음성으로 힘있게 말하였다. 한갑 어머니가 귀가 먹은 것은 아니지마는, 그 초췌한 모양이 보통 음성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인 것이었다.
“여기서 살다니? 베노사같이 귀한 사람이 무얼하러 이런 데 사나. 죽지를 못해서 이런 시골 구석에 살지. 쌀밥을 먹어 보나. 대관절 담배 한 대를 맘대로 먹을 수가 없단 말야. 그도 옛날 같으면야 이따금 떡도 해먹고 술도 해먹고 돼지도 잡아 먹고 한 집에서 하면 여러 집에서 노나도 먹고 하지마는, 요새야 밥을 땅땅 굶고, 노나 먹다니, 인심이 박해져서 없네 없어. 또 쌀독에 인심이 난다고 어디 노나 먹을 것인가 있다든가. 웬일인지 우리 동리도 요새에는 다 가난해졌거든. 신구상깨나 하고 농량이나 아니 떨어지는 집이 우리 동리에 초시네 집하고 구장네 집하고나 될까. 다 못살게 되었지. 글쎄, 유 초시네 순이가 삯김을 매네그려, 말할 거 있나. 그 순이가 어떻게 귀엽게 자라난 아가씬데. 다들 못살게 되었단 말야. 글쎄, 베노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데서 사나.”
하고 환갑 어머니는 숭의 농담을 믿는 것이 부끄러운 듯이 싱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은 연기와 같이 희미하고 연기와 같이 힘없이 스러지고 만다.
“정말입니다.”
하고 숭은,
“여기서 살러 왔습니다. 어디 집이나 한 칸 짓고 노사나 지어먹고 살러 왔습니다. 인제는 서울 안 가구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