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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63711799
· 쪽수 : 1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여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포저입니다. 나라 전체에 그 여자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마땅히 본보기로 처형해야 합니다.”
“아니요, 그녀는 쓸모가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여자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최고 심판관 프라바가 비음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가 뭘까? 가오토나는 다시금 생각했다. 이런 예술적 재능과 위엄을 갖춘 자가 어째서 포저의 길로 들어섰을까? 왜 자기 작품을 만드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지 않았을까? 이유를 알아봐야겠군.
프라바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그 여자는 도둑이고 끔찍한 마법을 사용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여자를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여자의 솜씨를 이용해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완샤이루, 네 이름으로 된 범죄 목록이 아주 길구나.”
이 여자는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거지? 한 가지는 확실해. 내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나를 데려올 이유가 없지. 기회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프라바는 샤이의 죄명을 읽어 내려갔다.
“귀족 여인으로 가장한 죄, 황실 갤러리에 침입한 죄, 너 자신의 영혼을 위조한 죄, 물론 황제의 홀을 훔치려고 시도한 죄도 있지. 그렇게 중요한 황실의 물건을 허술하게 위조해 놓고 너는 정말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궁정의 어릿광대가 진품을 가지고 도망친 걸 보면요. 샤이는 속으로 대답했다. 자신이 만든 위조품이 황실 갤러리에서 홀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기쁨이 느껴졌다.
“핵심은 이거예요. 물체가 한 덩이로 오래 존재할수록, 오랫동안 그 상태로 인지될수록, 하나로서의 정체성이 강력해져요. 저 탁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서로 맞물려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탁자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까요? 아니요, 우리는 탁자를 전체로서 봐요. 그래서 탁자에 포저리를 쓰려면 나는 저 탁자를 전체로서 이해해야 해요. 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이 벽은 하나의 물질로 여겨질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존재했어요. 물론 벽돌을 각각 따로 처리할 수도 있을 거예요. 여전히 벽돌 하나하나가 구분되니까요. 하지만 이 벽이 벽돌 하나하나가 아닌 전체로서 취급되기를 원한다면 그 저항을 극복하기는 굉장히 어렵죠.”
(……)
“너는 벽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어요.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무엇인가라고 생각하죠. 관계와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내가 당신의 폐하를 위해 인격을 써 내려가고 그분께 도장을 찍는다고 해도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닌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