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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72128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진화하지 않는 슬픔은 강하다
1부 모든 용기가 사라진 밤
별빛이 압정처럼 눈동자에 박히는 밤 / 미미 / 다반사지 뭐 / 먼저 죽은 놈 장땡 / 해골 앞에서 / 무궁화호 6호 차 26, 27, 28번 / 담배 사러 가는 길 / 울기 좋은 날 / 모든 용기가 사라진 밤 / 세월호, 그대들이여 1 / 세월호, 그대들이여 2 / 세월호, 그대들이여 3 / 세월호, 그대들이여 4 / 아이고, 이눔들아! / 슬픔이 부족한 봄 / 그대, 꿈속에서 / 나비 춤추던 밤 / 앓고 나서 / 새벽에 안녕하신지 / 식당에서 / 달의 눈동자 / 겨울 연못은 언제나 녹으려나 / 어머니, 꽃잎 떨어져요 / 허망하여라 / 싸라기 죽을 데우며 / 어머니 우시던 날 / 할머니 생각 / 할머니의 신앙 / 몇 가지 죽는 방법 / 무덤 앞에서 / 가을이구나 / 수덕사가 워디 가? / 하이고, 주제넘은 짓 / 그랄라구 사는디 뭘! / 똑떨어지네! / 연설허네! / 식은 죽을 씹다가도 이가 부러지네 / 벗들, 삶과 죽음이 박빙이라네 / 몇 가지 상념들 / 꽃상여
2부 울지 못하는 새들이 난 자리
손님을 그냥 보내다 / 아버지, 당신의 눈동자 / 슬픔을 배워보련? / 개와 나 / 걱정이 사라질 때 / 바람을 기다리며 / 슬픈 종자들 / 그런 줄만 알아라 / 아, 시인 나부랭이! / 사소한 하루 / 담벼락에 기대어 / 아들, 군대 보내고 / 아이를 따라 울다 / 사탕 든 아이를 만나다 / 봄 오니 가난도 오네 / 난 가난하다! / 새 발자국 / 울지 못하는 새들이 난 자리 / 설움의 크기 / 사람의 집, 그 불빛 / 이틀간 비 내리다 / 바람의 인사 / 참 좋은 밤이었네 / 아내에게 편지를 쓰다 / 입영 전야 / 성당 가는 길 / 비 그친 아침 / 슬픔의 명령 / 머리띠 / 단골 ㅤㅇㅡㅄ슈! / 쑥대머리 / 가게도 모르는 게! / 여름 가면 뭐하고 가을 오면 뭐하나 / 겨우 한 번 / 상관없고, 상관없으며, 상관없어라 / 그렇고말고요! /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 개 팔자 사람 팔자 /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 말, 말, 말 / 선배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 아이들아, 담배만 축난다 / 너는 나의 통속이다 / 아이들 전화를 받고 / 그대들, 상처란…… /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며 / 그럴 리가? 그럴 수 밖에! / 너희도 결국 알게 되리니 / 마르크스도 옳고, 스님도 옳다 / 법당에서 졸다
3부 통속의 종말
첩 자식 늦 성묘 / 싱아를 씹으며 / 김영오 / Heart of gold / 부모 없는 고아가 어디 있겠습니까? / 雨中三淚(빗속 눈물 세 줄기) / 개가 찾아오다 / 어쩌겠는가 / 실없는 말은 참 좋아라 / 말하자면, 가난이란 / 친구 생각 / 뭘 알아야지! / ‘봄’ 자도 못 꺼내는 봄에 / 시골 여관에서 / 장항선 무궁화 5호 차 1 / 장항선 무궁화 5호 차 2 / 썩을 놈, 썩을 년 / 새로 사 주든가! / 시장, 그리고 터미널에서 / 아랫집 강아지 / 물 건너온 메누리 / 동문서답 / 오십 보가 즉어? / 국밥집에서 / 이장의 꿈 / 한효주가 이순재를 낳은 겨? / 부자가 되련다! / 희망 고문 /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난다 / 낮잠 여섯 시간 / 하루 세 번 지은 죄 / 불경스러운 기도 / 통속의 종말 / 설렘 / 고추밭에 오르며 / 사람이라는 게 / 머리카락을 자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무치는 새벽에 / 세월호, 그대들이여 5 / 세월호, 그대들이여 6 / 새는 양 날개로 난다고? / 주여, 시골 개의 하품처럼 오소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진화하지 않는 슬픔이란 밑도 끝도 없이 견디고 또 견디는 슬픔이다. 끝끝내 견디는 인간의 슬픔은 결코 진화하지 않는다. 그런 슬픔은 강하며, 그런 슬픔만이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전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슬픔을 건너뛴 세상의 모든 의지는 죄다 헛꽃이다. 슬픔 속에서 모든 의지를 상실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의지가 생겨난다면 그 의지야말로 불굴의 의지이다.
어설픈 희망과 기쁨보다는 차라리 절절한 슬픔과 절망이 고단한 삶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시대가 잔인한 이유는 밑도 끝도 없이 슬프고 절망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리라. 늘 밝은 의지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을 강요하는 시대의 야만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나는 슬플 때 가장 착하고, 슬플 때 가장 명징하며, 슬플 때 가장 전복적이다. 내가 슬픔의 명령에 순순히 복종하는 이유이며, 이 책은 그 명령에 따른 흔적이다.
지극한 사람을 잃으면 깊고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다. 통증은 여기가 바닥이다 싶으면 언제나 한 층을 더 뚫고 내려가는 법이니, 통증의 집요함과 지구력에 놀라지 말거라. 그저 그러려니 했으면 좋겠다.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개 짖는 소리에 맞춰 신음 소리를 내며 앓게 된다. 내 보기엔 그게 어른이다.
“슬픔을 배워보련?”
개에게 말했더니 말없이 노루 따라 숲 깊이 들어가버렸ㄹ다. 양지꽃 음지가 깃들고, 뽀리뱅이 줄기 팥물이 들도록 홀로 있었다. 연못가 왕벗나무 주름 사이로 노을이 박히도록 개는 돌아오지 않았다.
간혹 나 들으라고 짖는 소리만 아련히 들려오는데 이놈이 나에게 되묻는 듯하다.
“너도 슬픔을 배워보련?”
되었다, 이놈아. 그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더냐.
그만 내려가자.
슬픈 것들, 노을에 타 죽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