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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65132516
· 쪽수 : 247쪽
책 소개
목차
1. 청춘, 철학을 만나다
2. 배움을 배워야 배움의 중요함을 알까? _ 소크라테스
3. 솔로의 행복과 외로움, 그 딜레마 _ 아리스토텔레스
4.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가? _ 데카르트
5. 자아의 두 내면, 강철 혹은 풀잎 _ 파스칼
6. 나를 만드는 마스터키, 경험 _ 로크
7. 한없이 불가능한 가능, 의견 통일 _ 루소
8. 절망과 희망의 기묘한 공생 _ 키르케고르
9.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정글, 경제 _ 스미스
10. 말의 의미는 하나가 아니었다? _ 비트겐슈타인
11. 꿈속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_ 프로이트
12. 지식은 무엇으로 올발라지는가? _ 듀이
1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소비욕 _ 보드리야르
14. 도구를 넘어선 도구, 미디어 _ 매클루언
15. 나도 모르는 나의 길, 인생 _ 데리다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자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요. 그런데 진정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오히려 주위 사람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데카르트는 잠시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남과 다른 자신이라….”
히라타는 팔짱을 끼고 혼잣말을 했다.
“의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저것도 틀렸다, 이것도 틀렸다 하는 식으로 객관성을 갖추게 됩니다. 그전의 자신은 세상에 묻혀 있습니다. 세상에 묻히면 자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데카르트가 그렇게 말하자, 히라타와 가와구치는 동시에 질문하려다가 눈길이 마주쳤다. 그러자 히라타가 젊은 가와구치에게 양보했다.
“자신이 세상에 묻혀 있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목을 빼고 데카르트의 대답을 기다리는 히라타의 모습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 역시 가와구치와 똑같은 것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둘 다 자신답게 사는 법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모른다면,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내가 A든 B든 상관없습니다. 나여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것이 세상에 묻힌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남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의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 이제 조금 정리해볼까요?”
데카르트는 그렇게 말하고 분필을 들었다.
“남과 다른 나…. 내 의식은 타인의 의식과 다르다…. 남과 자신의 다른 점을 알게 되면 세상도 제대로 볼 수 있겠군요.”
_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가? - 데카르트> 중
“사고는 우주를 둘러싼다라…. 생각하는 행위가 그만큼 위대하다는 거군요.”
“네. 생각이라는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칫 자신의 약함과 비참함을 한탄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비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만큼 식물이나 동물보다 위대하다고 할 수 있지요.”
가와구치가 감동해서 말하자 파스칼도 힘주어 말했다.
“저는 요즘 생각을 하기 싫은데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개운해지는 느낌이네요.”
요즘 들어 계속 굳어 있던 가와구치의 얼굴이 이제 조금 온화해진 것처럼 보였다.
“인간에게 생각하는 행위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한 것은 인간에게 그만큼 고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결코 고민을 방치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파스칼은 가와구치에게 용기를 주려는 듯 그렇게 말했다.
_ <자아의 두 내면, 강철 혹은 풀잎 - 파스칼> 중
“아닙니다. 저는 절망하면 죽게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절망의 고뇌는 우리를 죽을 수 없게 만듭니다. 죽을 만큼 괴로워하면서도 절대 죽지 못하는 겁니다.”
키르케고르는 시라토리의 말을 즉시 부정했다.
“죽지 못한다고요? 계속 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요?”
시라토리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절망해서 죽음을 생각할 때, 사실 그 사람은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한 인간은 죽지 못합니다. 칼이 사상을 죽일 수 없는 것처럼 절망 또한 자기 자신을 집어삼킬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절망의 공식입니다.”
“절망의 공식….”
시라토리가 키르케고르의 말을 되새기듯 천천히 중얼거렸다.
“한 사람이 자신에게 절망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런 자신이 싫어서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집어삼키려 합니다. 즉, 죽으려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을 집어삼킬 수는 없지요. 이것이 바로 인간 안에 영원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말하자면 인간 속에 영원한 이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절망해도 죽지 못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만약 인간 안에 그런 영원한 존재가 없었다면 애초에 인간이 절망하게 되지도 않았겠지요. 사람은 이상이 있기 때문에 절망하는 겁니다.”
키르케고르가 말을 마치자 히라타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쉽게 죽지 못하는 거군.”
“네?”
가와구치가 그 말에 즉시 반응했다.
“아니. 그게 말이야, 그렇게나 불안해하고 절망하는데도 사람들이 왜 다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 자살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절망하는 사람은 훨씬 더 많잖아. 그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네.”
“어떻게요?”
가와구치는 히라타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절망은 자기 안에 영원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하는 거지? 반대로 말해, 영원한 존재가 있는 한 절망이 자신을 먹어치우는 일은 없어. 절망해 있는 동안은 죽지 않는 거라고.”
_ <절망과 희망의 기묘한 공생 - 키르케고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