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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학이론
· ISBN : 9788965292937
· 쪽수 : 318쪽
· 출판일 : 2021-10-0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시작하는 글. 나 자신이 된다는 것
1장. 꾸미지 않은 채 살고 싶다
맞지 않는 청바지가 알려준 새로운 나의 몸
못생긴 면 팬티를 위하여
하이힐, 참을 이유 없는 고통
비키니를 버리지 않은 이유
다이어트는 안 하고 살 줄 알았는데
오늘도 셀프 단발을 감행했다
오늘 나는 결혼 액자를 부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방
노브라 유목민이 찾은 온전한 자유
꾸미지 않은 채 살고 싶다
2장.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런 아내로 살지 않겠습니다
돈 벌어도, 주부가 있어도 자기 돌봄은 셀프
우리가 가사분담에 실패하는 이유
육아로 유지하는 부부 간의 결속
부부 싸움을 줄이고 싶다면 물건부터 줄이세요
우리에겐 각자의 방이 필요하다
남편은 오빠도 신랑도 아니다
기혼여성이 돈을 버는 이유
더 이상 커플 여행을 꿈꾸지 않는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3장. 오늘도 난 아이 앞에서 미친년이 됐다
오늘도 난 미친년이 됐다
내향적 엄마와 외향적 아이가 공존하는 법
육아가 할 만해질 때, 힘들어질 때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 하지 맙시다
내가 둘째를 낳을 수 없는 이유
4. 지금 나는 잉여력을 충전중입니다
매력적인 온라인 자아는 포기했어
카톡 카톡 카톡
내가 바쁘지 않은 이유
잉여력을 충전중입니다
요가라는 습관
미라클 모닝 못해도 인생 안 망해
오늘은 이만 전원을 끕니다
5장. 온전히 불완전해질 자유가 필요해
말보다 글이 편한 이유
온전히 불완전해지기 위해 쓴다
짬짬이 느리게 깊숙이 책 읽기
참으로 희한한 독서모임
마흔, 그 무엇도 되지 않을 자유
나의 페미니즘, 엄마들의 페미니즘
인생의 목적은 탐구
각 장의 참고 문헌 나에게 문장을 준 책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작하는글_나 자신이 된다는 것’ 중에서
어떻게 하면 나 자신으로 살 수 있을까.
10여 년 전부터 스스로에게 물었다. 존재를 성찰하는 듯한 그럴싸하고 심오한 질문. 30대 초반에 이런 성숙한 질문을 던진 내가 뿌듯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까지 무사히 도달하며 사회가 규정한 표준적 삶에 뒤쳐지지 않게 살았다. 다음은 무엇이던가. 속세의 풍파에 닳은 자아를 회복해야 했다.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순수한 자아를 찾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만 쏙쏙 골라 거침없이 진행해, 원하는 모습에 도달하는 자아실현. 그것은 내가 맹신하던 진리였다.
‘꾸미지 않은 채 살고 싶다’ 중에서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며 거울조차 보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다시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에 내가 있다. 다리를 꽉 옭아매던 날씬한 청바지가 아니라 펑퍼짐한 청바지를 입은 내가. 딱맞는 옷을 입기 위해 출산 전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은 어느 샌가 증발해 있었다. 살을 뺀다 해도 몸매를 교정한다 해도 내 몸은 더이상 예전의 몸이 아님을 인정했다. 슬프거나 속상한 일이 아니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결혼은 무언가. 수시로 되물었다. 나는 남편을 챙기고 그의 성과를 마치 내 일처럼 여기고 조용히 집안일을 하려고 결혼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먹여 살려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인생의 동반자를 원했다. 남자와 여자이기 전에 가족이라는 한 팀을 꾸려가는 동료였으면 싶었다. 신혼 때까지만 해도 우리 애정의 기반에는 서로에 대한 적절한 거리, 독립심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육아가 갈라놓은 넓고 기다란 간극은 성인 두 사람이 온전한 개인으로 서지 못하게 했다.
서른 살의 나는 몰랐다. 배우자를 잘 만나면 된다고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내가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이미 짜인 각본이 있었다. 특히 내가 위치한 엄마와 아내라는 배역에는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남편까지 돌봄으로 묶여져 나에게 쏠려버렸다. 남편이 자신의 돌봄을 나에게 맡겼다면 나는 내 경제적 능력을 남편에게 양도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흐르는 시간 속에 죽은 듯이 버티면 나아진다고도 했고 내가 헌신한 돌봄이 언젠가 보답으로 돌아올 거니 내려놓고 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릴 체력도 시간도 없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모습이지 불확실한 미래의 희망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단언은 이미 기득권을 쥔 자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