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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96698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항해를 시작하며
1부 파도 위의 과학자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한배를 탔다는 건
파도 위에서 잠자기
예상치 못한 손님
물가쿠
전설 속의 바다
갑판 위에서 휴식을
태풍을 피하는 법
잊을 수 없는 항구들
배를 움직이는 사람들
망망대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
선상의 만찬
2부 바다 위의 실험실
어쩌면 운명처럼
바다의 탐정 혹은 프로파일러
인생은 파도
대자연의 관찰자
바다와의 시간 싸움
남극
갈 수 없는 바다
바다의 계절이 변하고 있다
고작 빙산의 일각을 알아내는 중입니다
어물 장수 문순득
최후의 프런티어
에필로그
육지에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들 때쯤 나는 바다를 생각했다. 승선 조사 일정을 짜고, 오랜 시간 배 위에서 지내기 위한 짐을 챙기는 과정은 마치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연구를 위해 먼바다로 항해를 떠나면 자연히 세상과 멀어지고 나에게는 오직 실험과 연구만 남는다.
물속에 장비를 담갔다 꺼내고, 숫자와 그래프로 나타난 바다의 움직임을 해석하기 위해 몰입한 후에는 육지에서의 바쁜 일은 잠시 뒤로하고 모처럼 쉬는 시간을 갖는다.
연구를 위해 이동하는 배 안에서 오래된 드라마를 첫 화부터 최종화까지 정주행하고, 다른 향의 커피를 섬세하게 구분해 즐기기도 하며, 가끔은 탁구를 치기도 했다. 목적하는 해역에 도착하면 팀원들끼리 잠을 교대로 자야 할 정도로 바빠지지만 외부 세계와의 통신이 제한되는 상황은 우리에게 강제적으로 쉼을 허락했다. 그래서 나에게 해상 실험은 다른 의미의 쉼이다.
—<항해를 시작하며>중에서
수많은 사람이 적어도 한 번쯤 해변에 가봤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바다가 완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한다. 여름이면 해변에서 물놀이를 한다. 어떤 이는 바다 풍경이 보이자마자 감탄한다.
“와, 바다야!”
사람들이 흔히 외치는 이 말에는 사실 약간의 오해가 있다.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이 미안하지만 나는 종종 이렇게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
“그런데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그저 바닷가지요.”
해변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부분은 해안선으로부터 불과 10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해안가에 가까운 매우 작은 영역에 불과하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붙은 이 작은 영역을 바다라고 부르기에는 바다가 너무나도 넓다. 우리 눈에 보이는 영역은 바다가 아니라 바다 끝단의 경계에 해당하는 바닷가일 뿐이다. ‘진짜 바다’는 해안가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수평선 끝에서부터 시작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훨씬 광대한 영역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안에서는 눈으로 다 볼 수 없다. 해안에서 눈에 보이는 영역은 해양 가장자리의 극히 좁은 테두리에 해당한다.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