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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2136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제1부 면서기 임용장 대신 징용 영장이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일본 징용 이야기/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소금장수 아버지 이야기/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보쌈당한 어매 이야기/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소박맞은 큰누님 이야기/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5-씨 다른 동생 한영이/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6 -씨 다른 동생 남숙이/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7-노름쟁이 자형 이종대씨/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8-허풍쟁이 매제 박창길/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9-이야기꾼 미영골 양반/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0-미영골 양반의 장타령/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1-흔행이 양반의 기억력/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2-보통학교 졸업과 흥남비료공장/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3- 부안 읍면서기 시험 합격/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4-임명장 대신 날아온 징용 영장/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5-신사당 뜰 송별식과 부산행 열차/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6-관부 연락선을 타고/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7-탈출을 포기하고/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8- 쓸쓸한 오사까 풍경/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19-기숙사의 똥산과 똥탑/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0-일본인보다 악랄한 조선인 지도원/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1-배고픈 설움/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2-밀감 장사/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3-공포의 B-29/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4-조선소 현장 작업/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5-딸을 주겠다던 일본인 조장
제2부 마침내 조국 땅에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6-공습으로 불타는 오사까/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7-조선소의 연합군 포로들/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8-폐허가 된 오사까/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9-가짜 환자들/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0-조선소 탈출/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1 -힘겨운 노가다판/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2-도비와 미찌꼬/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3 -혼 빼는 기총소사/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4-밥집의 이야기꾼/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5-히메지를 거쳐 시모노세키로/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6-동포에게 맛본 지옥체험/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7-기생 오라비를 따돌리고/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8-달콤한 상한 밥 한 그릇/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9-고마운 경상도 아저씨/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0-표류하는 배에서 사경을 헤매고/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1-자연요법으로 삼일 만에 살아나/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2-풍랑이 잦아들자 찾아온 도원경/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3-마침내 조국 땅에/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4-무표정한 부산 시민들/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5-배설물로 뒤덮인 부산역 광장/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6-일본인들의 인상/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7-일본인 순사 이야기/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8-일본 탈출 운운에 대해/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49-줄포에 살던 일본인들/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50-줄포의 인물들
제3부 꽃그늘로 오시는 임
이 봄에/ 꽃그늘로 오시는 임-산내 뼈잿골에서/ 논둑을 뜯으며/ 개태사開泰寺/ 변산 구경/ 사태沙汰/ 풍란/ 은행나무와 송덕비/ 새벽/ 손톱을 깎으며/ 뜨거운 함성이여/ 며느리바위/ 범섬의 오랑캐꽃/ 불티나루와 침목枕木/ 전월산 상여바위/ 화살나무/ 잘못은 다 취소!
저자소개
책속에서
긍게 일제 말 면서기시험에 붙고도
오사까로 징용 끌려간 거이
비빌 언덕도 없는 과부 아들이라 그렸다고 혔잖여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응께 얼굴도 기억이 안 나제
어매가 외할머니를 원망험서 허는 이야기를 들어보믄
아버지는 지게에 소금동이를 지고
사방을 떠돔서 장사하느라
서른 살이 훌쩍 넘도록 장개를 못 갔다만 그려
그려도 연분이 있었는지 중매쟁이 수완 덕에
열세 살 애기를 시커먼 아저씨가 만난 거시여
‘그 어린 거시 머슬 알것냐 참말 도적놈이지 머겄어’
어매는 중매쟁이 말에 넘어간 외할머니를 타박혔어
열세 살이 시집와 열일곱에 딸을 낳았당게 심혔제
딸 둘에 아들을 낳았는디 무정헌 남편은 가버렸지
아버지가 지게를 타고 떠남서 외할머니랑 함께 살었제
외할매가 체수도 크고 화통혀서 사람들이 늘 꼬였어
눈이 겁나게 내리는 겨울밤엔
이야기 보따리가 넘쳐났고
그런디 외할머니가 부안 읍내에 가신 그 밤에
똥 깨나 뀌는 윗말 이서방이 우리 어매를 보쌈해 갔어
거기서 여동생과 남동생을 낳고 껄끄럽게 살었는디
내 앞으로 밭뙈기 하나 주고 헛기침 험서 돌아앉도만
내가 징용 갔다 와서 동상들도 김씨로 호적을 올렸지
그러다 내가 막판에 치매를 한 삼 년 앓느라고
애들헌티 그 밭 야그를 못 허고 떠나왔는디
작년에 우리 큰애헌티 세금고지서가 가는 바람에
그 밭을 팔어서 마침 큰애 임플란트 했당게
허허 그것도 결국 조상님 덕이것지 뭐
암튼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과부 밑이서 괄시받고 삼서
징용도 살었지만 내 심으로 칠남매 자석들을 건사혔응게
험한 인생도 착허게 살면 결국 복이 되는 법여!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소금장수 아버지 이야기」 전문
발자국 눈이 내리고 열흘쯤 뒤여
참말로 끔찍헌 밤이 오고 말았제
초저녁부터 여기저기서 사이렌이 울어도
될 대로 되라며 신발 신고 누워 있었제
갑자기 사이렌이 자지러지게 울어 보챔서
사감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리더랑께
‘대공습이다 대공습 빨리빨리 피하라’
‘공습경보, 공습경보, 적기 대편대 공습 중’
라디오도 공습경보를 숨 가쁘게 외쳐대더니
저만치 B-29 20여 대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서쪽에서 시커먼 상어 떼처럼 날아오더니
도심 상공에서 소낙비처럼 소이탄을 쏟아붓고
육중한 몸을 뒤채더니 동쪽으로 사라지는디
소이탄 뚜껑이 열리는 순간 불꽃이 팍 터지고
국수가닥처럼 불꽃을 늘어뜨리며 떨어지는디
하늘에 하얀 빛줄기가 흘러내려 꽃밭이도만
소이탄에서 찐득헌 액체 묻은 비단천이 쏟아짐서
나무든 건물이든 붙어갖고 오래오래 타는 것이여
소이탄 편대가 지나가면 또 폭탄 편대가 날아오고
이렇게 한 사십 분 번갈아 폭격기가 날아댕깅게
오매 하늘이 깨져불고 땅이 폭삭 무너지는 것이여
불바다가 된 오사까는 차츰차츰 잿더미가 되아가고
기왓장과 돌조각이 탕탕 총소리로 솟아오르고
커다란 대들보가 우지끈 쾅 허고 무너지는디
뚝딱 뚝딱 투두두 퉁 불 튀기는 소리가 요란혀
네로 황제가 보았다면 날뛰다가 발광혔을 것이고만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26-공습으로 불타는 오사까」 전문
기생 오라비 일행을 어렵게 따돌리고
부두 한쪽에서 노숙이나 하려 하는디
사이렌 소리가 숨 가쁘게 우는 거여
크고 길게 작고 짧게 사면팔방이 온통
처절하게 울부짖는 사이렌 소리 뿐여
우리는 얼른 주변 산으로 뛰어들었제
찢어질 듯 고사포 소리가 울어쌓더니
당황한 일본군들 고함소리가 들리는겨
어둠 속을 가만히 봉게 고사포 진지여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든 셈이제
앗 뜨거라 산길을 더듬어 내려오니까
그제야 공습 해제 사이렌이 울리도만
저만치 희미한 남폿불 아래 어렴풋이
대문 사이로 한복 입은 여인이 보이는겨
용기를 내 기침을 하며 안으로 들어선게
놀란 여인이 물러서며 우리를 경계허는디
무례함을 사과하며 먹을 걸 사정헝게
아무것도 대접할 게 없다며 미안해함서
장독대에 있는 밥을 아끼다 상해버려서
풀이나 쑤어야겠다기에 그거라도 달랬더니
얼른 치마폭에 상헌 밥을 감추는 것이여
만리타국에서 남의 밥을 뺏을 순 없다며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팔이 먼저 나가도만
상한 밥그릇을 빼앗아 바닥에 눈꼽만큼 붙은
밥을 셋이서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서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더니 참말 꿀맛이더만
그제야 정신 차려 백배사죄하고 문을 나서는디
벽시계가 새벽 두 시를 가리키며 지켜보더만
그 여인은 손을 흔들며 무사귀국을 빌어주었어
―「한 농투산이의 넋두리 38-달콤한 상한 밥 한 그릇」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