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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마녀 2

진홍의 마녀 2

(완결)

정지원 (지은이)
  |  
가하
2014-02-11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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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마녀 2

책 정보

· 제목 : 진홍의 마녀 2 (완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9467
· 쪽수 : 450쪽

책 소개

정지원의 로맨스 소설. 마녀는 계약자에게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저주받은 육체 때문에 고결한 운명의 길에서 밀려난 토르카인 왕국의 왕세자 '탑의 왕자' 루헤인. 그의 앞에 나타난 물빛 눈의 어린 마녀, 사바. "당신의 의지로 저와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목차

1권
prologue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2권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epilogue
postscript

저자소개

정지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깊은 밤을 날아서’로 2004년 신영 사이버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인연’으로 북박스 장르 문학상 로맨스 부문 가작을 수상하였다. 최근 출간작으로는 ‘슈가 스윗 레시피’, ‘행복의 레시피’, ‘경성사건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하우스 허즈번드’, ‘초혼사’ 등이 있고, 단편집 ‘일상 혹은 환상’,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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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왕자 저하께 인사 올려라, 마녀.”

“마녀?”

침대 위의 사람이 몸을 조금 움직이자 촛불의 붉은 빛이 그를 비추었다. 사바는 눈을 깜박이고 침대 위의 소년을 보았다.

왕자의 얼굴은 창백했다. 붉은 빛 속에서도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거기다가 까마귀 깃털처럼 새카만 머리에 새카만 눈을 갖고 있다. 딱히 머리나 눈 색깔에 터부시되는 것은 없지만, 왕자는 대단히 특이해 보였다. 어찌 보면 아름답고, 어찌 보면 무시무시하다. 석고상에 흑요석으로 눈과 머리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저 아이가 마녀라고?”

왕자의 물음에 백작은 사바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걱정하는 것처럼 목덜미를 커다란 손으로 붙잡았다. 어린 강아지처럼 사바는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마녀에 대해 아십니까?”

“그런 게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것 말고는 모르지.”

“마녀는 계약자에게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마녀는 당장에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계약자의 옆에 붙어 있으며 자랄 때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해줄 수 있다고도 하지요. 어린 마녀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우연히 제 영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하의 옆에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제가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소원을 들어준다고? 어떤 소원을?”

왕자가 침대 옆쪽으로 조금 몸을 움직였다. 사바는 자신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무겁고 진한 향기. 고통과 죽음의 향기.

저 왕자는 아프다. 병이 있어. 그녀는 고개를 들고서 왕자를 다시 쳐다보았다. 물기가 있는 검은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황급히 도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어린 마녀이니 큰 소원을 들어주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옆에 두고 있다 보면 점차 힘이 클 거고, 그러면 더 큰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속는 셈치고 옆에 한번 둬보시지요.”

“너, 내 병을 낫게 할 수 있느냐?”

왕자의 물음에 사바가 고개만 수그리고 있자 백작이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었다. 마른 몸이 휘청휘청 흔들린다.

“저하께서 물으시지 않느냐. 대답해라.”

사바는 고개를 흔들다가 백작의 손이 목덜미를 꾹 쥐자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병을 낫게 해주지도 못한다면 뭐하러 옆에 두지? 필요 없어.”

왕자의 말투는 날카로웠다. 사바는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들고 왕자를 보았다.

“지금은……, 못 해요. 아직은 힘이 없어요.”

“그럼 좀 더 자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냐?”

왕자의 목소리에 간절한 희망이 어렸다. 사바는 다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잘 몰라요.”

“마녀란 것들은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지요. 하지만 분명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말을 믿어보십시오, 저하. 저는 저하의 충실한 종이니까요.”

부코타 백작이 고개를 숙이고서 단호하게 말했다. 왕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왕자의 시선은 마치 뜨거운 불빛 같았다. 그녀의 머리를 지나 몸, 발치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바는 마른침을 삼키고서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침내 왕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될 것도 없겠지. 어차피 여기 틀어박혀 있는 인생, 시중들 사람이 하나쯤 늘거나 줄거나 무슨 상관있겠어? 두고 가게.”

부코타 백작이 웃는 것이 느껴졌다. 사바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주인이 정해졌다. 최소한 몇 년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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