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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6550050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추천글
김해자의 부끄러운 고백 ‘당신을 사랑합니다’ | 윤영수 | 4
작가의 말 | 6
1. 일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마장동 우시장 윤주심傳 | 10
2. 콩 튀듯 팥 튀듯 살다 ―농사꾼 김낙희傳 | 32
3. 나는 지금도 웃는다 ―바보 장인(匠人) 이영철傳 | 56
4. 나는 아직도 책을 먹는다 ―아벨서점 곽현숙傳 | 78
5. 한 그루 목련처럼 ―반찬공장 심정희傳 | 110
6. 나는 지금도 배운다 ―평화시장 무명씨傳 | 136
7. 나는 지금도 운전한다 ―택시드라이버 김인수傳 | 166
8. 내 물 깊이를 안다 ―해녀 김석봉傳 | 188
9. 그들도 우리처럼 | 206
10. 바다가 다 받아주리 | 240
11. 사라지는 것은 없다 ―노동운동가 최명아傳 | 294
에필로그 _당신을 사랑합니다 | 319
발문
세상의 모서리에 부딪는 파도 소리 | 김형수 | 346
저자소개
책속에서
음력 설날 보름 전에 여기 우시장 들어왔네. 조 씨 아저씨라고 그이가 다이 지어 들여줬어. 그려 내외간에 춤추다 품바 옷 다 찢어불고 마누라랑 싸운 사람 말여. 그때 애들 학교 보낸다고 4만 원 예금해놓은 게 있었거든. 월세 2만 원 주고 반다이 얻고 중고 자전거 만 원 주고 고기 떼어오는 밑천으로 만 원 쓴께 탈탈 털리더라. 반다이로 쪼가리 다이 갖고 내장 장사 잘한다고 그러드라. 그래 석 달만에 온다이 얻었어. 그렇지. 여기 100개 다이가 쭈욱 나래비 선 데다 100만 원 주고 내 이름 내 가게가 떡하니 생겨부렀다. 동원 23호 탄생이여. 한 2년 집에도 잘 못 들어가고 새벽이고 밤이고 곱창 다듬고 뼈 팔아서 종암동에 집 샀다. 큰아들이 군대 간다고 마장동 왔을 때니께 그려 74년이네.
―「일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_마장동 우시장 윤주심傳」(26쪽) 중에서
풍요한 농장에 들어서는 거 같아. 책방 들어서는 표정들이 말이야. 구석구석에서 책을 보고 고르거나 음악과 책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바로 기도 같아. 1000원짜리 들고 와서 하루 종일 고르다 한 권 사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뒤적뒤적하다 뭘 고를지 물어보면, “너를 잡아끄는 책이 있을 거다. 인간에겐 그런 능력이 다 있단다” 그렇게 말해. 두 권밖에 살 수 없는 돈으로 세 권을 골라놓고 갈등하면 싸워. 누구는 옆에서 ‘학생이 돈도 없는 모양인데 그냥 깎아주지’ 하지만, 난 악착같이 싸워. 두 개를 사고 싶지만 선택이 필요하다는 거를 설득해. “하나를 깊이 보면 열 개가 다 통한단다. 열 개를 아는 게 우리한테 중요하지 않단다. 우리에겐 진짜 한 개를 보듬는 게 제일로 중요하단다.”
―「나는 아직도 책을 먹는다 _아벨서점 곽현숙傳」(102쪽) 중에서
난 어릴 때부텀 꽃을 참 좋아했어. 일 끝나고 돌아와 깜박 잠이 들어 한소끔 자고 나면 한밤중여. 울떡증이 있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거든. 누워 있으면 뭐하냐?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지. 바람이라도 좀 쐬야 가슴이 펴지거든. 하이고 저 꽃 좀 봐아. 어디서 저리 이쁜 꽃이 피어났을꼬. 그 꽃 이름이 뭣이냐고? 안 갈켜줘. 하여간 하늘 가득 흰 꽃이 피어나서 세상이 온통 환해. 하얀연립이라고, 그 집이 한 30년 된 집이거든. 이름만 허옇지, 똑 기계충 난 애기 머리통 같은 디여. 여기저기 갈라지고 벗겨지고, 재개발을 한다나 어쩐다나, 몇 년째 딱지도 붙어 있구 말이여. 딱지가 붙든 말든 제 할 일 하시데. 그런 디서 우찌게 그리 이쁜 빛이 나왔을꼬? 참 희한하지, 꽃 안에서 진짜로 흰 빛이 흘러나오드라. 그러믄 딱지 붙고 갈라진 담도, 낡은 집도 환해지데. 그 꽃 이름이 뭐냐고? 안 갈켜준다니께.
―「한 그루 목련처럼 _반찬공장 심정희傳」(134~135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