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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842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4-11-29
책 소개
목차
발간사 • 5
1부 시
배순덕
골병 / 16
기본은 지킵시다 1 / 18
기본은 지킵시다 2 / 19
공장 잘 돌아간다 / 20
여름을 닮은 그녀 / 21
할미꽃 / 23
조선남
오래된 기억 / 26
연민 / 28
미싱 두 대/ 30
다시 혁명의 깃발을 올려라 / 32
십 년,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 36
냉이꽃 / 39
아빠의 소원 / 40
온전한 인간 / 43
엄마 생일 선물 상품권 / 46
광대나물 풀은 앞다투어 꽃 피었다 / 48
조성웅
맨발에 새겨진 흙의 감각 / 52
사려 깊은 배려로 꽉 채워진 삶 / 55
순둥순둥 거리의 성자 / 56
베인 자리가 아무는 것 같아 / 59
덜꽃 농장 / 61
씨앗들의 봉기 / 65
모든 강령은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 68
해밀 / 72
비어 있는 곳을 채우며 강물은 흐른다 / 76
칠요(七曜) / 79
신경현
분자 씨 / 84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 85
농성장에서 쓰는 편지 / 86
밥 / 87
이 폐허를 응시하라 / 88
바다 / 89
안전운임제 쟁취 / 90
요단강 / 91
강령 / 92
최저임금 / 93
이규동
흙밥 / 96
품다 / 97
밥상 / 98
스스로 선 것들은 푸르다 약속 / 99
마음이 오가는 길 / 102
풀 / 103
입춘(立春) / 104
귀신 / 106
움트다 / 107
2부 그림/산문
전상순
여수 새끼 / 112
아버지와 장롱 / 116
곰 같은 여편네 / 119
오살나게 더움 / 122
담배 한 대짜리 휴식 / 126
차헌호
아사히 투쟁의 의미 / 130
아사히 공장 정문에 꽃이… / 133
3부 시와 노래
우창수
절망 그만큼의 희망 / 138
참 좋은 사람 참 좋은 동지 / 144
봄날 / 151
산책 / 152
노래나무 / 153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나로 정해진 답이 없어 머뭇거리고 서성이면서 강요된 정답을 거부한 채 해방글터는 살아 보고 싶은 날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 질문한다.
질문하면서 기록되지 않는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기 위해 먹구름 끼고 비바람 몰아치는 하늘이어도 끈질기게 투쟁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 것이다.
오갈 데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공장 밖 천막농성의 깜깜한 밤하늘이어도 멀리 가물거리는 별빛 같은 마음 하나 있다면 그 곁을 지킬 것이다.
저마다 작은 희망 하나 있어 땀에 젖은 동료들 얼굴 보면서 믹스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 피울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천막농성 중에도 매일 찾아오는 동지들이 있어 기쁨의 눈물 흘리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이었으면 좋겠다.
송전탑이 세워진 산과 들의 주민들이 송전탑이 뽑히고 남은 여생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농사에 절망하고 제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이 웃으며 살아갈 세상이 오면 좋겠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다 쫓겨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군림하지 않고 평등하게 제 삶을 설계하고 가꾸어 가는 세상을, 그런 세상의 맑은 하늘색을 꿈꾼다.
―‘발간사’ 중에서
새벽 서너 시 불 켜지는 공장
도급 노동자들 출근해서 기계 돌리고
5시 반장 출근해서 기계 돌리고
8시 시작되는 정시 출근
오후엔 도급이 퇴근하고
5시 일거리 없는 사람 퇴근하고
8시 잔업 했던 사람
밤 10시 외국인 노동자 퇴근하고
밤낮으로 불 켜진 공장
기계는 잘 돌아가는데
납품 줄어든 공정 서너 명,
일거리 없다고 무급으로 며칠 쉬어야 하는 동료 입에서
“공장 잘 돌아간다.”
_「공장 잘 돌아간다」(배순덕) 전문
이십 년 전
혹은 삼십 년 전
거기에서 멈춰 버린 오래된 기억
이미 사라진 골목길을 더듬는 것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꽃이 피었다 진다고 해도
해마다 꽃은 피고
단풍으로 붉어진 추억이 지나간다 해도
해마다 가을은 오는 것을
닭이 우는 새벽
비산동 좁은 골목길을 뛰고 있었다
노동자의 희망을 말하는 정치신문을 돌렸던 오래된 기억
거기에서 멈춰버린 기억은 사유의 거미줄을 친다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해마다 붉은 꽃이 피듯이
기억은 지나간 사유가 아니라
해마다 피고 지는 살아 있는 꽃이다
오래된 고목에도 꽃은 피듯이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꽃이다
기억은 지나간 죽음의 무덤이 아니라
무덤 위에 핀 꽃이다
생명이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그 모든 순간이 혁명이다
_「오래된 기억」(조선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