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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35834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0-11-1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여행준비라는 취미의 매력
1 느끼할 땐 피클이지
2. 취미가 뭔지 몰랐다
3. 아무튼 외국어
4. 우아하게 돈 쓰는 데 필요한 영어
5. 아버지와 김찬삼
6. 여행준비는 버리기 연습
7. 대화의 기술
2부 여행은 또 다른 일상
8. 평소처럼, 평소와 달리
9. 별을 찍어보아요
10. 여행지에서 뭘 먹지?
11. 인생 맛집, 추억 맛집
12. 세계 최고 식당의 자격
13. 경기장에 가면 보이는 것들
14. 호기심 대마왕의 기억력
15. 자본주의 전시장
16. 독서, 최고의 여행준비
3부 몸은 못 떠나도 마음만은
17. 오키나와에서 대리운전을
18.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19. 관객 혹은 배우가 되어
20. 가보니 참 좋았다
21. 가서 먹으니 참 좋았다
22. 가보면 참 좋겠다
23. 피자 다섯 조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두 번째 여행지는 프랑스와 영국이었다. 비행기 표만 사두었을 뿐, 출발 두어 달 전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별로 없었다. 첫 해외여행도 아닌데 천천히 준비하지 뭐, 하는 생각도 있었고, 졸업시험과 의사국가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준비할 시간이 없기도 했다. 그 무렵 문제의 문청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별 볼일 없는 근황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J가 수줍게 말했다. “나, 영화제 초청받았어.”
그가 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 「2001 이매진」이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된 것이었다. “우와!” 우리의 짧은 축하와 긴 질문이 이어졌다. 돈 주냐, 비행기 표 주냐, 호텔 숙박 해주냐, 밥도 주냐, 근데 클레르몽페랑이 어디냐. 흥분이 좀 가라앉은 후 우리가 물었다. “근데 내용이 뭐냐?” “자기가 환생한 존 레넌이라고 믿는 남자의 이야긴데…… 사람들이 그의 음악성을 몰라주는데…… 어느 날 요코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누군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나. 영화제 기간이 내가 프랑스에 머물기로 되어 있는 기간과 겹쳤다. 그때까지 영화제라곤 단 한 번도 못 가본 내가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숙소 문제도 해결됐다. 나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J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내 방에서 같이 자. 트윈이야.”
제목과 달리 여행준비의 ‘기술’이 안 나온다고 불평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니, 이쯤에서 중요한 기술 하나 투척해본다. 여행준비의 기술 중 매우 중요한(어쩌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여행의 명분’을 만드는 일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많지만, 여행에는 숱한 제약이 따른다. 그러니, 너무 열심히 일만 하다가 여행 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별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다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책감(너무 자주 놀러 다니는 게 혹시 아닐까, 이 돈을 저축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등등)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성실한 자세로 여행의 명분을 미리미리 쌓아야 한다. 그래야 더 자주 떠날 수 있고, 떠났을 때 더 당당하게 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