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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88967359447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22-03-14
책 소개
목차
서부전선
시작하며
프롤로그 베네치아
1막
제1장 파리
비전 | 1913년 5월 29일 | 샹젤리제 극장 | 댜길레프와 발레뤼스 | 반란 | 대립과 해방 | 관객 | 성공으로서의 스캔들
제2장 베를린
베르 사크룸 | 서곡 | 테크닉 | 수도 | 문화 | 문화와 반란 | 문화로서의 전쟁
제3장 플랑드르 벌판
낯선 땅 한 귀퉁이 | 8월의 포성 | 땅 위의 평화 | 그 이유는 | 빅토리안 종합 | 차에 넣을 꿀이 아직 남아 있는가?
2막
제4장 전쟁의 제전
배틀 발레 | 테마 | 가치 전환
제5장 광기 안의 이성
그들은 이유를 따질 수 없었다 | 의무
제6장 성스러운 춤
전쟁의 신 | 무리
제7장 내면으로의 여행
예술로서의 전쟁 | 형식으로서의 예술 | 예술과 도덕률 | 아방가르드
3막
제8장 나이트 댄서
새로운 그리스도 | 스타 | 우리 잊지 말자 | 순회와 상징 | 신세계와 구세계 | 연상들
제9장 기억
전쟁 붐 | 죽음의 삶 | 명성 | 구름 곡예사
제10장 끝없는 봄
독일이여, 깨어나라! | 희생자 영웅 | 삶으로서의 예술 | 현실로서의 신화 | 끝없는 봄이다!
감사의 말
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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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세르게이 댜길레프와 토마스 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과 또 다른 사람이 자아낸 상상은 분명히 놀라울 정도로 겹친다. 이는 의식적으로 의도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확실히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우연의 일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단선적 인과관계라는 제한된 세계에서 한발 물러나 원인보다는 맥락과 합류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베네치아와 바그너를 비롯한 여러 영향력이 20세기 미학적 세계의 두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만과 댜길레프의 상상력에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한 명은 특정한 소설을 창작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실제로 그 소설 내용처럼 살아가도록 이끈 영향력이 존재했다는 소리다.
예술은 삶을 북돋우는 종교적 힘을 지니며, 개인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결국에는 개인보다 더 크다. 그야말로 대리 종교다.
니체처럼 댜길레프는 예술가의 자율성과 도덕은 상호 배타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도덕,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행동에 집착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며 지드, 리비에르, 프루스트처럼 그 역시 예술가는 비전의 자유를 얻기 위해 도덕은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예술가는 도덕과 무관해야 한다. 흔히 아방가르드에서 하는 말처럼 도덕은 추醜의 발명품, 즉 추의 복수였다. 미美를 향한 해방은 집단적 노력이 아니라 에고티즘을 통해서, 사회적 작업이 아니라 개인적 구원을 통해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증거들은 독일이 국제 기준을 가장 체계적으로 부정했음을 압도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이 국제 전시 규칙을 부정한 이유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해서, 또 그러한 기준들이 독일의 즉각적인 이해관계에 해롭다고 봐서였지만, 대체로 독일인들이 자신들에게 낯설고 역사적이라고 간주한 규칙들을 따르는 데 덜 연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규칙들이 엄청난 의미를 띠는 지금 이 순간과 자신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 자신들의 프로파간다 능력이 연합국의 해당 능력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고 자책했지만, 진실은 연합국에 대한 독일의 비난보다 독일에 대한 연합국의 비난에 더 많은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직’ ‘솔직함’ ‘진실함’에 대한 독일의 호소는 낭만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적이고 사적인 덕성에 대한 호소였다. 연합국의 호소는 사회적, 윤리적, 역사적 호소였다. 그것은 외적이고 공적인 가치들에 대한 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