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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8499166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목차
제1부
1. 화사첨족(畵蛇添足) / 15
2. 세월 따라 흐르며(세상을 향해 축복의 기도를 올리자) / 17
3. 노장불패(老壯不敗) / 22
4. 남필종부(男必從婦) / 26
5. 다그친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 30
6. 재수 없는 사람이 100세를 넘겨서 산다 / 33
7. 명부(冥府)로 가는 길 / 37
제2부
8. 엄이도령(掩耳盜鈴) / 41
9. 노을도 붉게 타면 아름답다 / 43
10. 병을 두려워 말라 / 47
11. 두동치활(頭童齒闊) / 52
12. 매(회초리) / 56
13. 극기(克己) / 60
14.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만드는 장인(匠人)이다 / 64
15. 오래 엎드려 있어야 높이 난다(伏久者 飛必高) / 68
16. 유언(遺言)(1) / 72
17. 유언(遺言)(2) / 76
제3부
18. 조강지처(糟糠之妻) / 81
19. 지족(知足) / 83
20. 지분(知分)과 지지(知止) / 86
21. 불비불명(不飛不鳴) / 90
22. 연인들의 연가(戀歌) / 93
23. 나의 행복론 / 98
24. 불사조 / 102
25. 이미지는 자기 판매요 경쟁력이다 / 106
제4부
26. 당랑거철(螳螂拒轍) / 111
27. 이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 / 113
28. 자연이 품으로 녹아들면 / 118
29. 세월유정(歲月有情) / 121
30. 부혜(父兮) 날 낳으시고(1) / 125
31. 부혜(父兮) 날 낳으시고(2) / 129
32. 구밀복검(口蜜腹劍) / 133
33. 백 년도 못 살면서(生年不滿百) 천 년의 근심을 한다(常懷千歲憂) / 137
제5부
34. 포호빙하(暴虎馮河) / 141
35. 춘치자명(春雉自鳴) / 143
36.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 146
37. 미 투(Me too) 일고(一考) / 150
28. 나라가 분쟁하면 나라는 설 수 없고 / 154
39. 후안무치(厚顔無恥) / 158
40. 일시의 분을 참으면(忍一時之忿) 일의 근심을 면한다(免百日之憂) / 162
41. 해현경장(解弦更張) / 167
제6부
42. 귤화위지(橘化爲枳) / 171
43. 어설픈 제자(나를 외롭게 한 일들) / 173
44. 평화에 이르는 길 / 179
45. 느린 것을 두려워 말고(不怕慢) 가만히 서있는 것을 두려워하라(只怕站) / 183
46. 건망증 유감(有感) / 187
47. 고종명(考終命)의 축복(1) / 191
48. 고종명(考終命)의 축복(2) / 194
제7부
49. 임사이구(臨事而懼) / 199
50. 정도무우(正道無憂) / 200
51. 만사는 다 정해져 있지만(萬事皆有定) 부생은 헛되히 바쁘더라(浮生空自忙) / 204
52. 신묘한 일들 / 208
53. 불안감(1) / 213
54. 불안감(2) / 217
제8부
55. 적함착적(賊喊捉賊) / 221
56. 본성(本性) / 223
57.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以掌蔽天) / 227
58. 부부만세(夫婦萬歲) / 231
59. 실족(失足) 실족하지 않을 수 없으나 실족하면 화(禍)가 된다 / 235
60. 여자도(汝自島) 투어(Tour) / 239
61. 까치밥나무 이야기 / 245
62. 대미(大尾)를 접으면서 / 246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부
화사첨족(畵蛇添足)
화사첨족이란 뱀의 그림을 그릴 때, 발을 넣어 그리는 것을 말한다. 뱀은 원래 발이 없는 동물인데도, 발을 넣어서 그렸다면 그 그림은 잘못 그린 그림이다.
진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진실이어야 하고, 진실이 거짓으로 호도(糊塗)되어서는 안 된다. 거짓이 과학의 탈을 쓰고 잠시 세상을 현혹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러지는 못한다. 세상은 곧 거짓을 검증하여, 그 민낯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여우가 호랑이의 탈을 쓰고 위세를 부리지만,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하고 곧 들통이 난다.(狐假虎威)
인간은 사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이 인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왜곡되어 거짓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 따라 흐르며
(세상을 향해 축복의 기도를 올리자)
내 머리는 그야말로 완전 백수(白首)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반이더니만, 이젠 흑발(黑髮)이라고는 한 가닥도 없다. 세월 따라 흐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게다가 이마에도 머리털이라고는 없다. 완전 민둥이다. 대머리족(族) 중에서도 왕 대머리가 되었다. 여름에는 햇볕이 따갑고, 겨울에는 한기가 무섭지만, 이런 것은 물리적인 처방이면 간단하다. 따가운 것이야 모자 같은 것을 쓰면 되고, 차가운 것이야 방한모 같은 것을 눌러쓰면 된다.
세월처럼 그 흐름이 확실한 것도 없다. 그 여적(餘蹟)을 반드시 남기며 흐르기 때문이다. 그냥 흐르기만 하는 데도 그 흔적을 반드시 남긴다. 천하 만민이 무장으로 그 흐름을 막으려 해도 막을 길이 없다.
세월이 가면 사람의 머리는 하얗고 가을이 오면 나뭇잎은 붉어진다. 바람 따라 구름도 흐르고, 세월 따라 사람도 흐른다. 그간 나도 세월 따라 흐르다 보니 완전한 백수노구(白首老軀)가 되었고, 남은 세월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글이 그리워 여기에 읊는다.
흰머리 보게(白髮)
삼천 발이 되나뵈(三千丈)
근심으로 이같이 길어졌는가(緣愁似箇長)
어허, 거울 속 저 사람(不知明鏡裏)
어디서 서리를 얻어 왔는고(何處得秋霜)
백발도 백발이려니와, 앞머리가 민둥해진 것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나도 모르게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황량(荒涼)한 황원(荒原)이 되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중년 여인들이 많다. “자네들 그 나이에도 머리는 아직 흑발이니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라고 했더니 머릿결 속을 들춰 보이며 들여다보라고 했다. 들여다보니 하얗게 진(陳)을 치고 올라온 지 오래되었다. 모두가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세월의 행적(行蹟)은 예외가 없다. 얼굴은 연지곤지를 발라야 사람같이 보이고, 그렇지 않다간 팔도강산의 지도가 그려진다. 머리에 염색을 해야 하고, 파마도 해야 하고, 마스카라도 해야 하고, 아이라인도 그려야 한다. 화장한다고 거울 앞에 앉으면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다. 뷰티숍에 갈라치면 돈도 돈이려니와 시간도 또한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다. 여자라면 이렇게 살아야 하니 무슨 고역이런가 한다.
나는 사는 방법이 간단명료하다. 비누를 써본 적이 없고, 그냥 물 발라 문질러 세수하고, 화장품이라고는 미안수도 없다. 참 원시적이다. 그래도 날 보고 추하게 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빈색(貧色)에 건강미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나이가 들었으니 노색(老色)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이에 비해 활기가 넘친다고 극구(極口) 찬양을 한다.
아직 눈도 밝아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귀도 밝아 눈(雪)이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말소리는 쩌렁쩌렁하여 하늘에 치닫고, 걸음걸이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당당한 청년이다.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지극히 양호하고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생래적(生來的)으로 타고난 것이 좋아 그런 것도 있지만, 생후(生後)에 섭생(攝生)을 잘한 덕이 크다고 믿는다.
인생유한(人生有限)에 세월은 유장(悠長)하다. 유구(悠久)한 영겁(永劫)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須臾)가 아니던가. 고작 100년 이쪽저쪽을 살다 가면서도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요,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라 하였다. 하늘의 뜻에 따라 살다 가도, 주어진 일에 명운(命運)을 걸어야 한다. 세월무정(歲月無情)을 탓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요행을 바라거나, 대박을 노리다간 쪽박을 찬다. 부귀영화 바라지 마라, 그것 다 허몽이다.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하지 않았던가.
세월은 누구에게나 왔다 가는 것인 즉, 자기에게 오는 것은 자기 몸으로 가로막고, 옆으로 비켜섰다가는 큰 일이 일어난다. 세월의 목덜미를 휘어잡고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싸우되 지면 안 되고 꼭 이겨야 살아남는다. 그것이 곧 세월과 더불어 사는 자의 숙명이요, 세월을 이기며 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