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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897005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3-12-0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철수 명령
2. 첫 비행
3. 내일, 그러나 바라지 않던
4. 귀환
5. 예정된 미래
6. 분열
7. 비극의 시작
8. Killing Time
9. 불편한 진실
10. 도플갱어
11. 탈출
에필로그
용어해설
책속에서
“이게, 이 깡통이 숙이 목숨보다 중요한 거였구나! 씨발! 이 컴퓨터가 뭐라고, 이 따위 게 뭐라고!”
문순이 기름통을 들고 본체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몽땅 불태울 모양이었다.
“사람이 먼저다! 인간이 왜 인간인데? 짐승만도 못한 놈들.”
문순이 주섬주섬 라이터를 꺼내 종이 쪼가리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그걸 기름을 끼얹은 본체에 던지려고 했다.
“김 문순!”
우석이 몸을 날려서 문순을 끌어안고 함께 바닥을 굴렀다. 그 바람에 문순이 불붙은 종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3년을 바친 거다!”
“놔!”
“자그마치 3년이라고!”
우석이 소리를 지르며 문순을 후려쳤다.
“이거 놓으라고!”
문순이 거칠게 저항했다.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서로 밀치는 사이에 바닥으로 떨어졌던 불붙은 종이가 조금씩, 조금씩 기름을 끼얹은 본체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바닥에 쓰러지자 그 여파로 불붙은 종이가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바람을 타고 그만 본체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화르륵 하며 본체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안 돼!”
우석이 문순을 떠밀고 황급히 소화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불길을 끄기엔 역부족이었다.
옆에선 문순이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고 불길에 휩싸인 슈퍼컴퓨터를 바라보며 실성한 사람처럼 피식피식 웃었다.
“뭘 그리 애써요. 난방도 안 되는데 따뜻해지고 좋네. 그냥 놔두세요. 더 잃을 게 없으면 맘이 아주 평안해져요.”
“입 닥쳐, 새끼야!”
“헤헤헤헤. 잘 탄다.”
문순이 느릿하게 일어나다니 이제 용무가 끝났다는 듯 휘청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사이에도 우석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소화기로 불을 껐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소화기의 소화제를 모두 소모하고 말았다.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우석은 망연자실해져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상황은 복원시킨 CCTV 동영상에서 이미 봤던 장면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역시 미래는 바꾸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