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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7012932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5-07-10
책 소개
목차
그리스 아토스, 신들의 리얼 월드
굿바이, 리얼 월드!│아토스는 어떤 세계인가?│다프니에서 카리에로│카리에에서 스타브로니키타로│이비론 수도원│필로세우 수도원│카라칼르 수도원│라브라 수도원│프로드롬 스케티까지
캅소카리비아│아기아 안나─아토스여 안녕!
터키 차이와 군인과 양, 21일간의 터키 일주
군인│빵과 차이│터키│흑해│호파│반 고양이│하카리로 향하다│하카리 2│말보로
24번 국도의 악몽│24번 국도를 따라서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어쩌면 여기에도 비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자마자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황해서 서둘러 일어나 걷기 시작했지만 이삼십 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걷기도 힘든 길인데 비까지 내리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흠뻑 젖어버렸다. (…) 큰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도 생활이 이루어지는 반도의 중앙부와는 달리 이 부근의 수도사들은 대부분 산속에서 거의 농부처럼 개인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 우리는 기운을 내서 점점 격렬해지는 빗속을 뚫고 계속 걷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자 이상할 정도로 아토스가 그리워졌다. 사실을 말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왠지 모르게 그곳이 그립다. 그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에서 본 풍경과 그곳에서 먹은 것들이 너무나 실감 나게 눈앞에 떠다닌다. 그곳의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농밀한 확신을 갖고 살고 있다. (…) 나는 처음에 쓴 것처럼 종교적인 관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인간이고 그렇게 쉽사리 사물에 감동을 하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회의적인 타입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 그 수도사의 말에는 이상한 설득력이 있었다. 아마 그것은 종교를 운운하는 것보다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확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터키 말을 할 줄 알았다면 혹은 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극히 단순한 터키 말과 영어로 아주 짧은 대화만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담배 한 개비, 껌 하나로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아시아의 군인이었다. (…) 그것은 같은 아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의 눈 속에 뭔가 순수한 것이─혹은 왜곡되지 않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