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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88970138015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1-10-20
책 소개
목차
* 들어가며: 농장의 문을 활짝 열다
1부 이야기의 시작
1장. 랭커스터로 가는 길
2장. 힐다 구출 작전
3장. 광우병 그리고 워싱턴
4장. 왓킨스 글렌 농장
5장. 캘리포니아여, 우리가 간다
2부 크게 벌일 게 아니면 나가라!
6장.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7장. 송아지 고기의 실체
8장. 암소의 눈물
9장. 동화 속 농장은 이제 없다
10장. 공포의 아파트
11장.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3부 동물학대는 곧 인간학대
12장. 법적인 문제
13장. 가죽만 벗겨내면 다 똑같은 우리들
* 에필로그: 안식처를 찾다
부록: 독서 클럽 가이드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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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1986년 8월의 어느 후텁지근한 날, 우리는 사체 더미 옆을 지나가다가 소 한 마리와 돼지 두어 마리, 양 몇 마리의 사체가 뜨거운 날씨에 썩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자주 봐온 광경이라 딱히 놀랄 것은 없었다. 송아지 한 마리는 심하게 부패해 갈비뼈가 다 드러나 보였다. 악취 때문에 저절로 구역질이 났다. 이미 통통한 구더기들이 꾸물꾸물 달라붙어 송아지의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 사체 더미와 조금 떨어진 곳에, 벽에 기댄 모양으로 양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다가간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양이 고개를 들더니 우리를 똑바로 쳐다본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로리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는 양을 거기에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는 데 말없이 동의했다. 양을 구출해야겠다는 충동이 너무 강해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농장에 제일 먼저 새로 마련한 헛간은 암소들에게 배정했다. 거기에 수도관과 전기선을 연결했는데, 그렇게 해놓고 보니 사람이 살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로리와 내가 지낼 복층 아파트로 딱이었다. 농장을 사들인 지 1년이 지났을 때쯤, 우리는 헛간 2층의 주민이 되었다. 2층의 인간 입주민들은 소들에게 둘러싸여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고, 조그만 발코니를 달아 헛간 1층을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저녁때면 우리는 발코니에 앉아 또띠야칩을 와작와작 씹어 먹으며 망중한을 즐겼다. 젖소들은―그 무렵 20마리 정도로 불어났는데―별로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소들을 내려다보는 것은 마치 고래 떼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젖소들의 넓은 등판이 보였다. 가끔가다 소들은 고개를 쳐들고 우리가 내민 손에서 또띠야칩을 받아먹었다. 몇 년간 농장 가축을 구조하고 돌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가축들을 거칠게 다루거나 학대하면 그들이 겁을 집어먹고 돌발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호적인 인간 가족이었고, 소들도 그걸 알았다. 헛간 1층은 소들의 공간이고 2층은 우리 공간이라는 걸 양쪽 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업계 종사자들은 품종교배로 암소의 모성애가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는 다르다. 나는 암소가 새끼와 강제로 떨어지는 장면을 비디오로 수차례 촬영했는데, 그것은 어미의 몸부림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어미와 새끼를 떼어놓으려면 보통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고, 일꾼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밀어내고, 급기야 쇠사슬까지 동원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농장 일꾼들이 성질 고약한, 혹은 화가 잔뜩 난 암소가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핸들러를 머리로 들이받거나 발로 찼다고 욕하는 것을 수없이 들었다. 텍사스의 어느 가축수용장에서는 새끼를 지키려다 목이 부러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암소를 본 적도 있다. 머리가 괴상한 각도로 꺾여 어깨 위에 얹힌 그 암소는 고통과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금도 그 광경을 떠올리면 나는 몸이 떨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