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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8792084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3-09-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현재 디바인의 주력 화기는 군용 M4 카빈과 왕년에 잘나갔던 M9 권총이 아니었다. 최고 사양에 암호화되어 있으며 언제든 필요시 접근 가능하도록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에 디지털 테더링으로 페어링된, 27인치 화면의 아이맥 두 대였다. 그럴싸한 헛짓거리였지만, 묘하게도 지금 당장은 그에게 지구상의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이었다.
지고하신 금융업계에서 새내기에게 하사하는 가르침이란 알고 보면 단순했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 혹은 잡아먹거나 굶어 죽거나. 모든 게 둘 중 하나였다. 한편인 척하다가 돌아서서 뒤통수에 총알을 박는 탈레반이나 아프가니스탄 병사 따위는 없다. 이곳에서 그가 주로 신경 써야 할 건 분기별 예상수입, 자산 유동성, 주식시장 개장과 폐장, 시장 독점과 금융자본가 집단, 사원들이 규칙에 절대복종하기를 원하는 사내 법무팀 변호사들, 그리고 규칙을 과감히 무시하라고 종용하는 상사들뿐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회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이들이었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적이었다. 월가 버전의 종합격투기는 그 또는 그들 중 어느 한쪽만 살아남는 싸움이니까.
디바인이 회사에서 파티션이 쳐진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데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그는 개인 이메일함에 들어온 새 편지를 열어보았다. 다음 순간 이게 농담인지 아니면 자신의 읽기 능력에 문제가 생긴 건지 혼란스러워 그 메시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여자가 죽었어.’
불길한 전조를 물씬 풍기는, 주어와 조사와 서술어 단 한 개씩으로 이루어진 극도로 짧은 문장이었다.
이메일의 나머지 내용도 훑어봤다. 디바인이 있는 바로 이 건물의 52층 비품창고에서 세라 유즈가 목매달려 죽은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건물 관리인이 발견했고, 시체 아래 바닥에는 하이힐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유즈는 목이 늘어나고 척추가 부러진 채 숨이 끊겨 있었다고. 사실이야 어쨌건 그 수상한 메일이 전한 바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