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70596396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글
프롤로그 | 잔치는 시작되었다
1부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토스카나
1 베네치아 Ⅰ | 마법의 도시
2 베네치아 Ⅱ | 수상 도시의 빛과 그림자
3 베네치아 Ⅲ | 가끔은 관객으로
4 베네치아 Ⅳ | 여행, 세월
5 피렌체 Ⅰ | 이것이 피렌체다
6 피렌체 Ⅱ | 11년 만의 약속
7 빈치-카프라이아 피오렌티나 | 르네상스맨의 고향
8 카포벤토 | 명품 시골마을의 자부심
9 몬탈치노-몬테풀치아노 | 그것은 꿈이었을까
10 몬테풀치아노 | 고장 난 타임머신
2부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라치오
11 움브리아 | 내가 그리던 여행
12 페루자 | 산들바람 같은 하루
13 아시시 Ⅰ | 토스카나에는 없고 움브리아에는 있는 것
14 아시시 Ⅱ | 마음의 쉼표
15 오르비에토 | 관광지의 미학
16 로마 Ⅰ | 로마의 휴일
17 로마 Ⅱ | 왔노라, 보았노라
18 로마 Ⅲ | 대제국의 오늘
19 로마 Ⅳ | 명불허전
3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시칠리아
20 폼페이-소렌토 | 남쪽으로
21 소렌토 | 돌아오라 소렌토로
22 카프리 | 릴케와 서머싯 몸의 섬
23 시라쿠사 Ⅰ | 마피아의 섬으로
24 시라쿠사 Ⅱ | 다시대의 박물관
25 타오르미나 Ⅰ | 보석 같은 치유의 마을
26 타오르미나 Ⅱ | 이탈리아 식사법
27 사보카 | 그날의 결혼식
28 카타니아 Ⅰ | 마지막 여정
29 에트나 산 | 살아 있는 산에 오르다
30 카타니아 Ⅱ | 아디오(Addio), 이탈리아
이탈리아 종단하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6년 전 프라토에서 만났던 토스카나 토박이 레오나르도는 '남쪽'이 궁금하다는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완전히 다른 나라죠. 점잖고 차분한 여기(토스카나)와는 딴판이랍니다. 한마디로 떠들썩한 동네죠."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최소한 토스카나 사람들끼리는 한 가족인 줄 알았다. 그러나 피렌체는 시에나를, 루카는 피사를, 프라토는 피렌체를 은근히 견제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네 코스에 달하는 엄청난 식사량과 긴 식사시간, 뱃살 좋은 엄마가 총지휘 하는 가족의 밥상, 밤늦도록 파스타와 와인을 앞에 놓고 쉴 틈 없이 말을 주고받는 식탁 문화.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와인의 뒷맛이 다르고 국수의 쫄깃함이 다르며 피자의 두께가 다르듯 각자의 기질 또한 무섭게 다르다는 것을.
베네치아에서 시칠리아까지의 거리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천 킬로미터쯤 된다. 점잖다는 동네에서 시끌벅적한 곳을 거쳐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도 '별종'이라 불리는 저 남쪽 섬나라까지의 여정이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그들끼리야 국가 대항 축구경기만 끝나면 각자 콧대를 세우고 돌아설 수도 있겠지만 여행자의 시각은 다르다. 한 번의 극장 입장료를 내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여러 편 보는 것과 같으니, 이보다 더 짭짤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 <프롤로그 : 잔치는 시작되었다>
만일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20대에 읽었다면(물론 나의 20대 때에는 이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 밤잠을 설치며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만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30대에만 봤더라도(물론 나의 30대 때에는 이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다) 고풍스런 건물과 운치 있는 골목 어디쯤에서 모락모락 피어날 운명적 로맨스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저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이 얼마나 낭만적으로 다가왔겠는가. 그 절절한 감정의 힘이 내 두 다리에 실리면서 한 계단 한 계단이 꽃밭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막 463계단을 걸어서 올라왔을 여주인공 아오이가 하늘거리는 스커트에 정장용 구두를 신고는 얼굴에 숨 가쁜 기색 하나 없이 옛 애인과 조우하는 모습에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근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나는 (불행히도)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이 러브스토리를 접했고, 피렌체의 이국적인 풍경을 재확인하는 것 외에는 20대 두 청춘의 애절한 그리움에 공감대를 가질 수가 없었다. 오히려 답답하기까지 했다. 저토록 사랑한다면 빨리 전화해서 후다닥 오해를 풀고 만나야지 왜 서른 살까지 힘들게 기다릴까, 하고. 아, 매정한 내 나이여!
- <피렌체 Ⅱ : 11년 만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