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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신화

공장과 신화

(1970년대 영등포공단 대일.롯데.해태의 여성노동자 이야기)

이영재 (지은이)
학민사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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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신화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공장과 신화 (1970년대 영등포공단 대일.롯데.해태의 여성노동자 이야기)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노동운동
· ISBN : 9788971932384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6-10-26

책 소개

1970년대 영등포공단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민주화 이야기. 저자는 공장에서 숱한 밤을 새며 수출물량을 맞추고, 인간다운 노동의 대가를 호소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을 사회에 드러내고, 제대로 된 '신화'의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목차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제Ⅰ부 서울의 꿈

01. 왜곡된 과거
1. 사회정의와 과거청산
2. 불완전 청산
3. 왜곡된 사회적 관습

02. 여성노동자, 그들은 누구인가.
1. 시대적 배경
2. 여성노동자에 대한 초기 연구
3. 여성노동자를 규정한 담론들
4. 장밋빛 탈출구, 공장

보론 01. 1970년대 강권정치 : 판옵티콘적 정치사회를 구축한 유신체제
1. 판옵티콘의 정치사회
2. 반공-유신체제의 규율사회

03. 노동현장 속으로
1. ‘유신 공장’의 탄생
2. 기율권력과 공장 관리

보론 02 : 저항주체와 비판이론
1. 비관적 정치이론과 주체의 소멸
2. 소통이론적 대안 : 여전히 남은 문제들

04. 공장의 분노
1. 폭력, 불공정, 그리고 분노
2. 저항의 동력

제Ⅱ부 영등포 여성노동자 이야기

01. 해고에 맞선 대일화학의 여성노동자
1. 갈등의 시작
2. 노동조합이 회사의 손아귀로
3. 노동조합 탄압
4. 해고와 블랙리스트

02. 1980년 5월의 민주노조, 롯데제과
1. 갈등과 긴장의 고조
2. 노동조합의 변화
3. 투쟁의 성과
4. 파업농성과 후폭풍

03. 해태제과의 8시간 노동제 쟁취
1. 8시간 노동제의 서곡
2. 투쟁
3. 폭력사태
4. 다시 8시간 노동제를 향하여

제Ⅲ부 왜곡된 신화

01. 애국자로 둔갑한 ‘산업화’ 세력
1. 건국세력
2. 산업화세력

02. 권위주의와 민주화
1. 이승만-박정희-전두환
2. 불가항력적 근대화의 길- New 식민사관
3. ‘보이는 손’에 의한 불공정 성장

03. 박정희 성장신화의 허구성
1. 성장신화와 근거 없는 주술
2. 한국의 근대성장과 식민지배
3. 성장신화의 실체
4. 경제성장과 민주화

에필로그
참고문헌

저자소개

이영재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23년 현재,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동양정치사상사학회 편집위원. 동국대학교 정치학박사. 전 한국정치사상학회 연구이사,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 저서: <근대와 민>(2018), <공장과 신화>(2016), <조선시대 공공성의 구조변동>(공저, 2016), <민의 나라, 조선>(2015). 논문: 「3·1운동 100주년, 역사전쟁과 고종독시」(2019), 「사회적 자본 개념의 미분화 비판」(2018), 「소통적 연대원리의 공감이론적 재구축을 위한 시론적 모색」(2018), 「‘동정심’에 관한 통섭적 고찰」(2017), 「대원군 사중에 의한 동학농민전쟁설 비판」(2016), 「다층적 이행기 정의의 포괄적 청산과 화해 실험」(2015), 「한국민주주의 공고화화 5·18 특별법」(2015), 「스코틀랜드 도덕철학의 전통에서 본 Adam Smith 도덕감정론의 함의」(2015), 「조선시대 시민사회 논쟁의 비판적 재해석」(2014), 「조선시대 시민사회 논쟁의 비판적 재해석」(2014).
펼치기

책속에서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전투적 투쟁성과 같은 시대적 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극소수의 전설적 투사 전기가 아니라 그동안 배제되었던 여성노동자 개인의 삶의 고민과 우리들과 같은 시대를 호흡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사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와 함께 부대끼며 생활한 내 옆의 언니들이, 누나들이, 동생들이 왜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시무시한 군사정권과 투쟁할 수 있는 배짱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는 걸출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이 책은 미시사적 서사 구성을 바탕에 두고, 다음 물음들을 화두로 삼았다. 첫째,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은 누구인가? 둘째, 급격한 자본의 성장이 시작된 1970년대 공장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 셋째, 여성노동자들은 왜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나? 넷째, 해고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당시 결단에 후회는 없었는지? 그리고 끝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의 궤적이 왜 한국 사회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답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강하게 똬리 틀고 있는 날조된 신화들을 고발하고,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성노동자들을 향한 사회적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이 책은 1970년대 노동현장의 민주화를 일궈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영등포공단에 자리하고 있던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1970년대 영등포공단에 위치한 세 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필자는 2002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대일·롯데·해태 여성노동자들과의 첫 만남은 2007년 무렵 명예회복 신청서류들과의 대면이었다. 절차상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을 위한 사건 신청이 각 지역에 접수되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형식요건에 대한 1차 사실조사를 거쳐 해당 건을 전문위원실로 이첩한다. 위원회 심의는 전문위원들이 신청사건의 사실관계와 민주화운동 해당 요건을 검토한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건들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필자에게 이첩되었다.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 신청사건(대일·롯데·해태)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해보니 신청인들의 주장이 일관될 뿐만 아니라, 인우보증, 신문기사 등의 내용으로 볼 때 정황상 노동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해직이 분명해 보이는데 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중시하는 실증적 ‘사실확인서’가 없었다. 국가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한 국민들의 피해를 명예회복 시켜주겠노라고 입법한 것이 ‘민주화보상법’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입증 책임이 신청인에게 있었다. 2000년 민주화보상법의 제정 당시에는 노동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한 해직사건 심의에서 이런 식으로 사측의 사실관계 확인 여부가 필수 증빙 요건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30여년이 훨씬 지난 사건들이고, 지금 그 회사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도 아닌데, 정작 회사들은 이 여성노동자들의 해직 이유는커녕 언제 해직되었는지 조차 확인해주기 꺼려했다. 회사의 확인만 놓고 보면, 여성노동자들은 그 회사에 다닌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는 투명인간인 셈이다. 위원회가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질의하자 회사는 “의뢰한 여성노동자들의 관련 기록이 없어서 해직된 이유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회신했다.
명색이 한국 사회를 위한 민주화운동을 사회적으로 명예회복 해주겠다고 만든 위원회의 모양새가 우습게 되었다. 필자 역시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했더니 다행히 1970~80년대 노동운동 자료(벌써 이 기록들이 40여년이 넘은 사료가 되었다!)의 생산자이면서 많은 자료를 소지하고 있던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몇몇 노동계 인사들이 민주화기념사업회 사료관에 관련 기록을 기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화기념사업회 사료관 자료들을 열람하면서 하나하나 사실관계들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면서도 영등포산업선교회 명의의 자료나 당시 노동조합의 자료들이 대부분이어서 지나치게 사실관계의 강박에 눌려 있던 위원회 심의에서 편파적 주장으로 경도될 수 있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자료들의 사실관계를 보강하는 결정적인 기록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신청인들은 정부기구인 민주화보상위원회에 명예회복 신청을 해 놓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위원회를 자주 찾았다. 신청인들 기억 속의 정부는 한 번도 여성노동자들 편이었던 적이 없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부기구였기에 더 신뢰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여느 신청인들과 마찬가지로 자료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서 대일화학 해고자였던 주월화 씨가 필자가 일하는 전문위원실로 찾아 왔다. 하얀 편지봉투에 두툼하게 신청인들의 사진을 넣어 왔다. 놀랍게도 그 사진들 속에는 대일화학 여성노동자들의 40여 년 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40여 년이 지났음에도 빛바랜 1970년대 사진 속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음’이 가득 했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많이 찍던 시절이었던 만큼, 사진은 어떤 회사가 왜 단체로 산을 올랐는지, 왜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는지 웅변해주고 있었다. 커다란 글씨로 사진 정중앙에 플래카드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어떤 사진에는 가운데 사장이 서서 같이 찍기도 했고, 회사 유니폼을 입고 회사 간부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근무를 했느니, 안했느니 따질 필요가 없었다. 회사 로고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회사간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면 충분했다.
주월화 씨는 사진 속 인물들을 놓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며, 신청인 누구고, 이 사람은 신청인 누구고…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류로만 보던 신청인들을, 그것도 활동 당시인 1970년대 사진 속에서 만나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진을 설명하면서 주월화 씨의 시간도 1970년대로 옮겨진 듯 했다. “얘는 이름이 뭐고, 성격이 어땠고, 왜 이 사진을 찍었고 ….” 비단 대일화학만이 아니라 다른 사업장 역시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었고, 다행히 위원회 심의에서 대일·롯데·해태의 신청 사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해직으로 인정 결정을 받았다.
그 후 필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도대체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에게 정부는 어떤 존재였을까?’, ‘한국사회는 이제 여성노동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것인가?’ 흔히 학자들은 ‘민주주의 공고화’ 시기를 말해 왔다. 민주화보상법이 제정된 2000년대 이후면 당연히 이 공고화가 시작되고 한참 후다. 이 사건들을 검토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1970년대 정부는 그녀들의 호소와 절규에 정부답게 응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970년대에도 대한민국 헌법에는 버젓이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 있었고, 정부는 국민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청을 비롯한 각종 행정조직을 구비하고 있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작동한 공권력은 삼청교육대 식의 공안행정 뿐이었다. 더구나 1970년대 노동집약 산업의 저임금 체제를 바탕으로 그야말로 쥐어 짜이며 한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어낸 여성노동자들에게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공순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고 ‘빨갱이’ 해직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공고한 민주주의 시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주소지로 달랑 민주화운동 관련자증서 한 장을 우송했다. 그것도 신청인들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사실관계 입증을 대신 해준 자료들을 가지고 말이다. 민주화운동으로 고통을 겪고, 그 피해를 안고 40여년을 살아온 신청인들에게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주겠다고 만든 위원회에서 일하는 필자 자신이 이렇듯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드러내고 싶어졌다. 일종의 의무감이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관련 신청사건이 인정되었다고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조사자료만으로는 부족했다. 마땅히 재원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만 앞서 있었다. 그러던 차에 공교롭게 2010년 국사편찬위원회의 구술공모사업 주제로 ‘1970년대 이촌향도와 노동현장’이라는 주제가 제시되었다. 다행히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구체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인터뷰할 수 있게 되었다. 전남대의 정호기 선생과 함께 2010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면서 2년여 간 약 50시간의 인터뷰를 했다. 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알 수 없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깨알같이 쏟아졌고,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울음이 터지지 않은 인터뷰가 없었다. 면접자인 필자도 질문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뭉클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 책의 곳곳에 제시된 구술 자료는 이때 채록된 인터뷰 기록들이다.
이 세 사업장의 노동운동 이야기를 한데 묶어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첫째, 이 사업장들이 1970년대 ‘한국여성노동운동사’를 언급할 때면 거의 빠지지 않고 열거되는 사업장 이기는 하지만 노동운동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스타급 사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 사업장의 노동민주화 투쟁에서 해직 또는 유죄판결의 피해를 입은 신청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집필을 준비하는 몇 년 동안 대일·롯데·해태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서 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온 1970년대 이촌향도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1970년대 민초들의 삶, 거기서도 노동현장의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궤적은 빼고 더할 것도 없이 많은 요소들에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세 사업장의 이야기는 대일·롯데·해태 여성노동자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며 보편적 삶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적 필요에 의해 여성노동자들을 중성적 또는 변형된 남성성으로 채색하고, ‘전투성’을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소위 ‘언더’에서 출간한 노동운동사들이 이런 시대적 의무에 충실했다. 정치권력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야 할 때에는 영웅적 투사의 상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투적 투쟁성과 같은 시대적 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극소수의 전설적 투사 전기가 아니라 그동안 배제되었던 여성노동자 개인의 삶의 고민과 우리들과 같은 시대를 호흡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사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원의 『여공 1970』(2006, 이매진)은 여성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기존 연구자들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여공을 둘러싼 자명하다고 여겨졌던 담론을 뒤집는” 또 다른 서사의 구성을 시도한 바 있다.
우리와 함께 부대끼며 생활한 내 옆의 언니들이, 누나들이, 동생들이 왜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시무시한 군사정권과 투쟁할 수 있는 배짱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는 걸출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이 책은 미시사적 서사 구성을 바탕에 두고, 다음 물음들을 화두로 삼았다. 첫째,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은 누구인가? 둘째, 급격한 자본의 성장이 시작된 1970년대 공장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 셋째, 여성노동자들은 왜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나? 넷째, 해고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당시 결단에 후회는 없는지? 그리고 끝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의 궤적이 왜 한국 사회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답해 보고자 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강하게 똬리 틀고 있는 날조된 신화들을 고발하고,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성노동자들을 향한 사회적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활용하고 있는 주요 근거들은 여성노동자들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명예회복 신청을 하면서 준비한 자료들, 2년여 동안 축적한 약 50시간의 구술내용, 대일화학과 해태제과의 노동수기, 기존 1970년대 노동운동 관련 연구물, 당시 신문기사 등이다. 3개 노동현장을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해 시대적 초점을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까지로 맞추었다. 1980년대 이 세 사업장들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각축이 전개되었지만 이 사건을 여기서 다 다룰 수는 없었다. 불가피하게 1980년대 이후 노동운동을 제외했다. 이 책에서 담지 못한 1985년 해태제과 노동조합민주화추진위원회 활동과 1985년 롯데제과의 임금인상 농성투쟁과 같은 굵직한 이야기들은 각 사업장들의 노동운동사를 통해 다루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이 책의 집필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셨을 1985년 사건 관련자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막상 집필을 시작하면 금방 끝낼 것 같았는데 필자의 역량 부족으로 최종 탈고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야 오랜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의 묵직한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홀가분함과 더불어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과연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정부가 하지 못한 사회적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또 다른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을 기획한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 관계자들과 묵묵히 기다려 준 대일·롯데·해태의 ‘젊은 누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특히 대일·롯데·해태의 ‘젊은 누님’들은 오래전 기억들임에도 불구하고 인명이나 서술의 오류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 주셨다. 난삽한 원고가 책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도와주시고, 기꺼이 출판을 맡아 준 학민사 김학민 고문님과 양기원 대표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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