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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 ISBN : 9788971994061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7 서문 ― “괜찮아요, 분노하세요” | 릴리 댄시거
13 분노로 가득 찬 허파 | 레슬리 제이미슨
34 흑인 여성에게 허락된 한 가지 감정 | 모네 파트리스 토머스
46 내 몸은 분노라는 이름의 병 | 리사 마리 베실
62 레벨 걸 | 멀리사 피보스
80 우리가 화날 때 우는 이유 | 머리사 코블
89 트랜스여성의 분노에 관하여 | 서맨사 리들
101 매수되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 이벳 디온
113 죄책감 | 에린 카
127 행그리한 여성들 | 로언 히사요 뷰캐넌
138 귀신 이야기, 내 이야기 | 리오스 데라루스
149 춤추는 소녀 | 니나 세인트피어
163 내 이름과 내 목소리 | 리마 자만
175 물려받은 분노 | 머리사 시걸
187 미뤄 둔 분노 | 다니 보스
198 “이건 기초 수학이라고” | 메러디스 탤루선
207 무슬림의 빛깔 | 섀힌 파샤
221 분노의 가마로부터 | 리사 팩토라보셔스
234 영혼을 지우는 범죄 | 셰릴 링
246 살얼음판 위에서 자란 여성들에게 | 민다 허니
261 이제 두려움을 위한 자리는 없다 | 메건 스틸스트라
273 나 자신과 함께하는 전쟁 | 키아 브라운
282 이제 어떻게 할까? | 애니 피츠패트릭
298 옮긴이의 글 ― 세라 크루라면 어떻게 했을까 | 송섬별
307 한국어판 발문 ― 들으라, 분노한 여자들이 말한다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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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나는 분노에 대한 나 자신의 혐오에 맞설 수 있도록 분노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쓸모 있는 연장이자 잘 갖추어진 무기고의 일부임을 이해하기로 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행진’에 내가 수천 명의 여성 중 하나로서 참가했을 때, 행진은 그저 내 목소리에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행진은 그 권리를 사용하겠다는 공공연한 선언이었다. 나는 이제 분노 자체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한다. 분노란 희생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책임이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곧 태어날 내 딸이 화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 딸이 분노와 슬픔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종종 천적 관계로 취급받는 분노와 책임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_ (레슬리 제이미슨, 「분노로 가득 찬 허파」)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두 겹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자유의지로 그의 집에 갔고 스스로 옷을 벗었으며 그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이 사실을 이용했다. 내 덩치가 작은 편이 아님에도 나보다 10킬로그램은 더 나갔던 그는 나를 침대에 거세게 짓누르며 압도할 수 있었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나는 내 안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다. 이때 분노를 표출하면 폭력적인 반응을 유발할지도 몰랐다. 눈이 마주치면, 나는 그를 탓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만한 표정이 무엇일지 계산했다. 그를 더 이상 부추기지 않으면서 내가 위험해지지도 않는 표정은 대체 어떤 표정이었을까? 많은 여성들이 이런 줄타기 곡예에 익숙하다. 오늘날까지도 나는 그의 침범, 내 다리 사이를 원치 않게 파고들던 힘과 그때의 공포가 야기한 분노를 완전하게 느낄 수 없는데,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낸다면 그 대상은 그 집에 간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그의 행동을 유발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가 내 욕망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 역시 안다. 나는 안다. 나도 안다._ (모네 파트리스 토머스, 「흑인 여성에게 허락된 한 가지 감정」)
어쩌면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이성적으로 다룰 줄 안다는 남성들의 믿음을 우리가 지나치게 부추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분노가 종종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반면 여성의 분노는 비호감과 비합리를 상징한다. 어쩌면 남성들 역시 행그리하지만 사회가 그들의 분노를 객관적으로 정당화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가 눈살을 찌푸리고 퉁명스럽게 군다고 해서 초콜릿을 권한 적은 없다. 한번 해 봐야 할 것 같다._ (로언 히사요 뷰캐넌, 「행그리한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