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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71997949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7-01-25
책 소개
목차
포도 알 던지기 10 / 두 집 12 / 제임스와 릴리의 도착 14 / 공동묘지 탑 16 / 아기 구하기 18 / 고아원을 짓다 20 / 컷워크 자수 22 / 구매상을 찾아 나선 할머니 24 / 네 남매 26 / 신부와 함께 돌아온 제임스 주니어 28 / 옌타이에서 누린 삶 30 / 어머니의 정원 생활 32 / 피아노 치는 아버지 34 / 뮤지컬 36 / 미국 해군의 방문 38 / 익사한 남자 40 / 일본군이 들어오다 42 / 일본군 사령관 44 / 바리케이드 46 / 밤중에 달려가는 부대 48 / 중국의 그림 족자 50 / 가장무도회 52 / 부두에서 54 / 미국 선박 프레지던트 쿨리지호 56 / 영국군에 입대한 아버지 58 / 하얀 집 푸른 잔디 60 / 그랜드포크스에서 보낸 불안한 밤들 62 / 어색한 억양 64 / 아름다운 집 66 / 앨런이라는 사촌 68 / 암초 해안에서 보낸 한순간 70 / 러시아 화가 72 / 법당에서 숙영한 군인들 74 / 솔트스프링 섬을 떠나다 76 / 뜀틀 수업 78 / 어머니와 함께 보낸 주말 80 / 아버지의 새로운 임무 82 / 뉴욕을 떠나다 84 / 폭격에 대한 공포 86 / 말라바르 동산의 정원 88 / 2단 침대의 위층 90 / 수상 가옥 92 / 남자답게 굴어라! 94 / 보건 체조 96 / 단짝 98 / 느닷없는 소식 100 / 에이드리언 카톤 드 위어트 장군 102 / 비행 104 / 광기에 휩싸인 도시 106 / 어머니의 흠모자들 108 / 강 건너편 110 / 라이언 선생님 112 / 미국 전함 브레켄리지호 선상에서 114 / 나머지는 아주 간단히 116 / 감사의 말 118 / 저자의 말 120
리뷰
책속에서
저녁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전히 만찬회, 무도회, 브리지 카드놀이 모임 등에 참석했다. 심지어 더욱 자주 열리고 더욱 화려해진 가장무도회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때 찍은 가장무도회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의문이 든다. 혹시 우리 부모님, 그리고 그때 함께했던 부모님의 친구들은 해적, 부랑자, 어릿광대, 집시 등으로 치장하면 코앞에 닥친 불행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성공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던 것일까. 그것은 여전히 식민지 땅에서 보낸 즐거운 생활이었지만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필사적인 삶이기도 했다.
-가장무도회
어머니는 나를 그랜드포크스에 있는 공립학교에 2학년으로 등록시켰다. 선생님이 내게 일어나서 교과서를 읽어 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내 딱딱한 발음과 영국식으로 장모음을 살려 읽는 억양을 듣고 킥킥거렸다. 선생님은 그 지방 출신의 젊은 여자였는데, 내가 읽는 걸 중도에서 끊고는 “정확히, 어디에서 왔니?”라고 물었다. 나는 “중국이요.”라고 대답했다. 이보다 더 웃기는 농담은 없다는 듯이,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기를 부채질하듯, 나더러 앉으라고 말한 뒤 영어를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덧붙였다.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나를 공공연히 질책했다. 그럼으로써 남을 괴롭히는 소질이 다분한 그 반 학생들이 휴식 시간에는 나를 못살게 굴고 내 점심이 든 종이봉투를 낚아채는 결과를 낳았다.
-어색한 억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