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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1380
· 쪽수 : 33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러고 보니 무토, 깜짝 놀랄 정도로 실망스러운 정보를 입수했는데.”
“인사이동으로 또 진나이 씨하고 같이 근무하게 됐을 때도 깜짝 실망했는데, 그보다 더한 상황인가요?”
새로 발령받은 곳에서 진나이 씨와 마주했을 때는 놀랐지만, 그보다 자유분방하고 형식에 얽매이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진나이 씨가 주임 시험을 봐서 직함을 달았다는 사실이 청천벽력이었다. 막 나가는 문제아 콘셉트를 내세우던 아티스트가 하루아침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모습을 목격한 듯한 느낌이랄까.
차도에 눌어붙은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레코드 홈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선에 바늘을 올려놓으면 사고 당시의 소리나 피해자의 끔찍한 비명이, 인생을 앗아 가는 잔혹한 소리가 재생될 것 같았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일부는 이 빠진 것처럼 철거되고 있었다. 차량과 충돌해 파손된 것이리라. 그 옆에 있던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 가고, 가해자의 인생을 단숨에 망가뜨린 괴물이 풍경을 도려낸 흔적이었다.
“가해 소년. 진나이 씨가 담당했던 소년이죠?”
“그랬지.”
“기억 안 나요?”
“아니, 기억나.” 제아무리 진나이 씨라도 이건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이란 게 끊임없이 힘든 아이들이 찾아오잖아. 진나이 씨, 도와주세요. 진나이 님, 진나이 신이시여 구원하소서, 하고. 그러니까 뭐, 계속 한 아이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안 그래?”
“그건 그렇죠.” 우리는 카운슬러가 아니며, 신원인수인도, 부모도 아니다. 소년사건을 조사하고 보고할 뿐이다.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온갖 고난을 극복해야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소년의 인생’ 전부를 돌보는 게 아니다. 이 소년은 어떻게 될까, 그 장래를 생각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로 대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면피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일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