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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4237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08-11-24
책 소개
책속에서
물의 지붕에 켜 있는 녹색 조명이 밤하늘을 밝혔고 그 빛은 다시 황푸강 수면 위로 창백한 에메랄드빛으로 반사되어 가늘게 떨렸다. 수면에 고정된 것 같은 장엄한 물결 위의 어둠 속에 음식쓰레기, 진흙덩어리, 수초가 쌓인 강 건너편의 하늘에는 오리엔탈펄 타워의 상징인 둥그런 지붕, 그리고 조금 더 먼 쪽으로 겸손하게 한 걸음 물러선 데에는 은근하면서도 웅장한 진마오타워가 어우러져 푸동의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이 미래파가 그린 가느다란 손금처럼 펼쳐졌다.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생각에 잠긴 채 어둠 속에서 출렁거리는 검은 수면을 내려다보았다가 그녀 모습이 어둠 속의 검은 수면과 겹쳐지자 문득 사랑에 관련된 것이 떠올라 몽롱한 우울감에 빠진 채 마리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일찌감치 마리와는 끝장난 것일까? 그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18쪽 중에서
그들이 내 앞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 중 하나가 요리에 젓가락을 가져가려고 식탁을 돌릴 때마다 그 사람은 공간에 어떤 새로운 형상을 구성하지만 그 형상은 현실의 어떤 변화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고 유일한 현실의 상이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나도 판에 끼기 위해서 손을 내밀어 우리에게 제시될 새로운 현실의 배치가 어떤 것일지 궁금해 하며―아직도 나는 어떤 놀라운 경험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우리 사이에 있는 식탁의 가장자리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 - 73쪽 중에서
자신이 겪는 고통의 책임자가 바로 나,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를 괴롭히는 나,―그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고, 나의 부재는 더 큰 고통을 주었고―그녀가 아버지의 부고를 접한 파리에서나, 이곳에 도착해서 장례식에 관한 모든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엘베 섬에서나 그녀가 나를 필요로 했을 때에는 없었던 나,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아침, 성당에 나타났다가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키스를 하거나 포옹도 없이 고통에 빠진 그녀에게 위로도 하지 않고, 나에게만 익숙해졌던 냉기와 온기의 급격한 변화 속에 그녀를 설레게 해놓고는 나의 존재를 그녀로부터 박탈해버린 나. - 151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