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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4985
· 쪽수 : 704쪽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교회 종이 열두 번을 쳤다. 마지막 종소리의 공명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호기심이 생긴 택시 기사는 좀이 쏜 삼베 천의 귀퉁이를 들치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순간 부산스럽게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수천 명의 사람 중에서 오직 네 사람만이 월 가에 죽음이 잉태되었음을 깨달았다. 택시 기사, 그 옆에 서 있던 빨강 머리 여자, 사라진 마부, 그리고 스트래섬 영거.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던 그는 형사 한 명과 프랑스 여자 한 명을 그 자리에 주저앉혔다.
택시 기사가 속삭였다.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월 가는 폭발했다.
“자네가 이 말을 들으면 기뻐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나도 실수를 인정하는 게 즐겁지는 않네. 하지만 사실과 이론이 맞지 않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전쟁신경증 환자들은 마조히스트처럼 행동하네. 즉시 자신들의 최악의 악몽들을 불러오는 거지. 성적 만족에 부합하는 이득 없이도 말이네. 어쩌면 그들의 공포를 방출하려는 건지도 몰라. 아니면 그걸 조절할 방법을 찾으려는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전략은 실패네. 난 다른 게 더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중이야. 루소 양의 동생에게서 그런 것을 감지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 애가 말을 못한다니 안타깝네. 뭔가 음울한 것, 거의 기이하리만큼 낯선 것. 볼 수는 없지만 들을 순 있네. 그 목소리가 들려.”
“아가씨, 과학에서는 선과 악이 없어. 죽음본능은 우리 생물학의 일부일세. 루소 양도 염색질 융해를 알겠지. 세포가 죽는 자연스러운 과정 아닌가? 우리 세포 하나하나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기 파괴를 초래하네. 죽음본능이 작용하는 예일세. 만일 세포가 죽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포는 끊임없이 부자연스럽게 분할하며 재생산하네. 암이 되지. 그게 바로 암의 정체일세. 죽을 의지를 상실해 고통받는 세포. 죽음본능은 악하지 않네, 루소 양. 적재적소에서는 그 반대 개념만큼이나 우리의 안녕에 필수적인 것이지.”